국내 의류 산업이 소비 양극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이중 파고를 맞아 브랜드사와 제조사(OEM) 모두에서 실적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나이스신용평가는 16일 '내수 소비둔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져온 국내 의류산업의 구조적 변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성비 브랜드와 대형 OEM사는 살아남는 반면, 프리미엄 브랜드와 중소 OEM사는 어려움이 가중되는 구조적 변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실제로 국내 패션 소매판매액은 2024년과 2025년 2년 연속 1% 미만의 저성장세를 기록했다. 특히 2025년 중소득층의 의류 지출은 전년 대비 1.3% 감소하며 소비 위축이 두드러졌다.

이러한 소비 양극화는 브랜드사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신성통상, 이랜드월드 등 가성비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사는 매출 성장세를 이어갔다. 반면 LF,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프리미엄 브랜드사들은 매출이 감소하며 대조를 이뤘다.

나신평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부진 요인으로 ▲트렌드 변화에 둔감한 선기획 생산방식과 보수적인 가격 정책 ▲매출의 30%를 넘나드는 과도한 백화점 수수료 부담 ▲해외 브랜드의 직진출에 따른 계약 종료 리스크 등을 꼽았다.

의류 제조자개발생산(OEM) 업계에서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강화로 글로벌 공급망이 아시아에서 중남미로 재편되면서다.

미국이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DR)의 '얀 포워드(Yarn Forward)' 규정을 강화하면서, 원사부터 봉제까지 전 공정을 역내에서 소화해야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는 대규모 자본 투자가 가능한 대형 OEM사에 유리한 환경이다.

이에 영원무역, 한세실업 등 대형 OEM사들은 중남미 지역에 수직계열화 인프라 투자를 단행하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단기적인 차입 부담이 증가하기도 했으나, 향후 이들 업체로의 수주 집중이 예상된다.

반면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형 OEM사들은 공급망 재편에 동참하지 못해 수주 감소와 가동률 하락을 겪고 있다. 이들 기업은 유휴자산 매각 등으로 재무부담에 대응하고 있어 향후 유동성 관리가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소비 양극화와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의류 산업 내 실적 차별화는 더욱 심화할 것"이라며 "재고 부담이 큰 프리미엄 브랜드와 수주 이탈 가능성이 높은 중소형 OEM사를 중심으로 채무상환부담과 유동성 위험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