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치열한 대입 경쟁과 비싼 학비를 피해 스코틀랜드 대학으로 향하는 미국 학생들이 급증하고 있지만, 현지 캠퍼스가 미국인들로 가득 차면서 기대했던 유학 생활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코틀랜드의 세인트앤드루스 대학교는 재학생의 약 20%가 미국인으로 채워졌다. 영국 고등교육통계청(HESA)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이 대학의 미국인 재학생 수는 2200명을 넘어 옥스퍼드대보다도 많았다고 WSJ는 보도했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 명문대 입시의 높은 문턱에 지친 학생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기 때문이다. 세인트앤드루스대는 영국 내 5위권 명문대로 꼽히면서도 입학 과정이 비교적 수월하다. 줄리 램지 입학처장은 "입학 사정은 전적으로 학업에 기반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대학은 미국 학생들에게 AP 과목 3개에서 4점 이상을 받거나 아너스 과정에서 A 또는 B 학점을 요구한다. 완벽한 성적과 화려한 과외 활동을 갖추고도 아이비리그 등 최상위권 대학에서 고배를 마시는 미국 학생들에게는 매력적인 대안인 셈이다.

비용 역시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세인트앤드루스대가 추산한 미국인 유학생의 연간 총비용은 기숙사비, 생활비 등을 포함해 약 6만6705달러(약 9600만원)다. 이는 연간 학비가 10만달러(약 1억4400만원)에 육박하는 미국 사립 명문대에 비해 훨씬 저렴한 수준이다.

이러한 현상은 대학 측의 적극적인 유치 전략의 결과이기도 하다. 세인트앤드루스대는 미국 현지에 입학 담당자를 파견하고, 2011년 영국 대학 최초로 미국 공통 지원 시스템(Common App)을 도입하는 등 미국 학생 유치에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스코틀랜드에서의 특별한 경험을 기대했던 학생들은 실망감을 표하기도 한다. 4학년에 재학 중인 피네건 체임벌린은 "영국 학생들과 어울리는 특별한 미국인이 될 줄 알았지만, 미국인이 너무 많아 마치 미국에 있는 다른 대학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캠퍼스에서는 추수감사절 저녁 식사와 미국프로풋볼(NFL) 슈퍼볼 파티가 열리는 등 미국 문화가 깊숙이 자리 잡았다. 한 스코틀랜드 재학생은 "미국인 친구들 덕분에 맥앤치즈 만드는 법과 미식축구를 배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