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중동 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아슬아슬한 줄타기 외교를 펼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2주 가까이 봉쇄되면서 인도의 경제가 타격을 입고 있다. 인도는 세계 2위 액화석유가스(LPG) 수입국으로, 이번 사태로 심각한 연료 부족을 겪고 있다.

이에 인도 정부는 외교적 해법 모색에 나섰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 12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통화했으며,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외교부 장관도 이란 측과 수차례 접촉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인도는 최근 LPG 운반선 2척을 호르무즈 해협에서 안전하게 통과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번 외교적 행보는 미국과의 관계를 관리해야 하는 인도의 복잡한 상황을 보여준다. 미국은 인도의 가장 큰 수출 시장이자 주요 전략적 파트너로, 양국은 관세 인하를 위한 무역 협상을 진행 중이다.

벵갈루루에 위치한 싱크탱크 타크샤실라 연구소의 니틴 파이 설립자는 "인도는 미국과 이란 양측과의 관계에서 균형을 맞추려 노력해왔다"며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이 통과한 것은 외교가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그는 모디 총리와 이란 대통령의 통화가 인도가 미국·이스라엘 편에 선다는 비판을 의식한 '위험 분산'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경제적 충격도 현실화하고 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사상 최저 수준인 루피화 가치를 압박하고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인도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7%에서 6.5%로 하향 조정했다.

인도 정부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62억달러(약 8조9280억원) 규모의 경제 안정화 기금을 발표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와 유사한 수출 기업 지원책도 검토 중이다.

한편 올해 브릭스(BRICS) 의장국인 인도는 외교적 시험대에 올랐다. 회원국인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규탄 성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란의 공격 대상이 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역시 회원국이라 합의 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