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유가 급등세에 채권 시장이 인플레이션 우려와 성장 둔화 경고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란과의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자 채권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공포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이번 주 열리는 연방준비제도(연준) 회의에서도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전쟁이 3주차에 접어들고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점차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다. 치솟는 에너지 가격이 결국 경제를 짓누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성장 둔화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JP모건 자산운용의 프리야 미스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4.25%를 넘어서면 매력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충격 이후 일반적으로 뒤따르는 성장 충격에 대비할 시점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제 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지난주 말 배럴당 약 103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월 말 대비 약 40% 급등한 수치로, 이미 높은 인플레이션에 추가적인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는 5년째 물가 목표치 2%를 달성하지 못한 연준을 딜레마에 빠뜨린다.
TS롬바드의 다리오 퍼킨스는 1974년, 1981년, 2008년 등 과거 미국의 심각한 경기 침체는 대부분 유가 급등 이후에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모건 스탠리 전략가들 역시 "수요 파괴로 인한 반전이 무르익었다"며 유가 상승이 더는 인플레이션 기대를 높이지 않는 시점에 미 국채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바클레이즈 전략가들은 시장이 성장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을 수 있다며, 시장 기대보다 더 큰 폭의 연준 금리 인하에 베팅하는 채권 강세 포지션을 추천했다. 말버러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제임스 애서리 포트폴리오 매니저도 최근 채권 매도세 이후 미국 채권 보유 비중을 늘렸다고 밝혔다.
현재 금융시장은 아직 심각한 성장 둔화 신호를 보내고 있지는 않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보다 약 5%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미국의 2월 고용이 감소하고 실업률이 상승하는 등 경제가 동력을 잃고 있다는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네이티식스 북미의 존 브릭스 미국 금리 전략 책임자는 "성장 둔화 위험을 고려할 때 2년 만기 국채에 분할 매수로 접근할 가치가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