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이 3주째 이어지면서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돼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전 세계적 에너지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란과 미국·이스라엘 간 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 무역이 사실상 중단됐다. 이 해협은 평시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의 20%가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다.
이번 사태의 충격은 아시아 지역에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액화석유가스(LPG) 수입량의 90%를 중동에 의존하는 인도는 직격탄을 맞았다. 인도 내 식당들은 가스 부족으로 메뉴를 축소하고 있으며, 암시장에서는 LPG 실린더가 평소 가격의 2~3배에 거래되고 있다.
태국에서는 경유 부족 사태와 주유소 이용 제한 조치가 보고됐으며, 인도네시아는 유가 보조금 확대로 재정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중국 역시 플라스틱 원료인 나프타 공급 차질로 폴리에스터 등 화학 섬유 가격이 급등하는 등 연쇄 충격을 받고 있다.
에너지 위기는 전 세계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번 사태를 '세계 석유 시장 역사상 가장 큰 공급 차질'로 규정했다. IEA 회원국들이 4억 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했음에도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었다.
유럽은 항공유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유럽 항공유 수입의 절반가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데, 지난 13일 항공유 가격은 톤당 1640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도 에너지 가격 급등을 피하지 못했다. 전쟁 시작 이후 일반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70센트 이상, 경유는 1.21달러 급등했다. 이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에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계속돼 유가가 2개월간 14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경우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둔화로 예상됐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도 사라지고 있다.
이란은 자국 석유 시설이 피해를 볼 경우 역내 미군 관련 에너지 시설에 보복 공격을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적대 행위가 즉각 중단되더라도 유전과 정유 시설 파괴로 인해 복구에는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