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에서 장시간의 정전과 극심한 생활고에 항의하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져 시위대가 공산당사를 습격하고 불을 지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쿠바 북동부 해안 도시 모론에서 수백 명의 시위대가 거리로 나와 경찰과 대치했다. 이들은 "자유, 자유"를 외치며 공산당사 건물로 행진해 돌을 던지고 방화를 시도했다.

일부 시위대는 건물 2층에 올라가 서류와 가구를 거리로 던져 불을 질렀다. 시위 당시 모론시는 30시간 동안 전기가 끊긴 상태였다.

쿠바 전역에서는 밤마다 정전이 계속되면서 항의의 의미로 냄비를 두드리는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어둠이 시위대의 신원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면서 시위가 더욱 거세지는 양상이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주민들의 불만을 이해한다면서도 "폭력 시위에 대해서는 관용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모론시 공산당 책임자는 이번 소요 사태의 원인으로 미국의 경제 제재를 지목했다.

쿠바 경제는 수십 년간의 잘못된 경영과 민간 기업 활동 금지로 붕괴 직전에 놓여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쿠바로 향하는 모든 유류 수송에 징벌적 관세를 위협하며 석유 봉쇄를 가하면서 위기는 더욱 심화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쿠바렉스'에 따르면 쿠바 내 시위는 1월 31건에서 2월 60건, 3월 상반기에만 130건으로 급증했다.

윌리엄 레오그란데 아메리칸 대학교 교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좌절하고 있다"면서도 "폭동 한 번이 혁명을 만들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현재까지 5명이 체포됐으며, 당국이 반란이나 테러 혐의로 이들을 엄벌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덧붙였다.

한편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자신과 라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이 트럼프 행정부와 대화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쿠바 정권은 미국과의 협상 제스처로 최근 정치범 51명을 석방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