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정권 교체라는 전쟁 초기 목표에서 후퇴하면서, 이를 기대했던 이란 국민들이 깊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최근 잇따라 정권 교체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시사했다. 이는 전쟁 개시와 함께 이란 국민들에게 봉기를 촉구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태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인들이 위험한 정권에 맞서 곧 봉기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으며, 네타냐후 총리 역시 연설에서 "이란인들이 정권을 무너뜨리지 못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 2월 28일 전쟁이 시작되자 많은 이란인들은 이를 수천명의 시위대를 학살한 권위주의 정권을 전복할 마지막 기회로 여겼다. 테헤란의 한 시민운동가는 "2주 전만 해도 희망에 부풀었지만 지금은 배신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란 정부는 전쟁 전부터 대대적인 단속을 준비했으며, 공습이 시작되자 "적에게 동조하는 시위대는 가혹하게 처벌될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를 발송했다. 이란혁명수비대의 한 지휘관은 국영TV를 통해 '사살 명령'이 내려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이란인권운동가그룹(HRAI)에 따르면 전쟁 중 최소 195명이 간첩 행위 등의 혐의로 구금됐다. 주민들은 공습 현장을 촬영했다는 이유만으로 체포되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자 이란 서부 쿠르드족 자치지역의 무장 단체들도 봉기 계획을 보류했다. 이란 쿠르드 무장단체인 쿠르디스탄자유생명당(PJAK) 관계자는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어떤 큰 움직임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전쟁이 정권 교체에 실패하고 있는 원인으로 지상군 부재를 꼽는다. 과거 이라크나 리비아 사례와 달리 이란에는 지상군 투입이나 현지 무장 세력과의 연계가 없어 공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공습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가 커지면서 반전 여론도 확산하고 있다. HRAI에 따르면 현재까지 1270명 이상의 이란 민간인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정권에 반대하던 이들조차 전쟁에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결국 전쟁에서 살아남은 이란 정권이 더욱 강력한 압제자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쟁을 지지했던 한 테헤란 시민은 "이 정권은 이전보다 더 강하고 잔인하며 괴물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며 "사람들은 맞서 싸울 무기가 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