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 제프 베이조스 등 정보기술(IT) 업계 거물들이 패션계의 중심으로 진입하는 현상은 단순한 옷에 대한 관심을 넘어 돈으로 살 수 없는 문화적 권위와 영속성을 얻기 위한 전략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14일(현지시간)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최근 테크 업계 억만장자들이 패션계의 핵심 인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메타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와 그의 아내 프리실라 챈이 프라다 가을·겨울 2026 컬렉션 맨 앞줄에 등장했으며,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그의 연인 로라 산체스-베이조스는 각종 패션쇼에 참석하고 멧 갈라의 주요 후원자로 나서는 등 패션계와 깊은 관계를 맺어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형성된 '이미지 중심' 문화와 관련이 깊다고 분석했다. 패션 저널리스트 루이스 피사노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소셜미디어는 모든 것을 바꿨다"며 "모든 순간이 인상을 남길 기회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제 모든 사람이 자신을 브랜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과거 스티브 잡스처럼 옷에 무관심했던 테크 리더들과 달리, 이제는 패션을 통해 배타적인 상류층 문화에 진입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피사노는 "돈이 아무리 많아도 옷을 못 입으면 비웃음을 살 수 있다"며 "이는 단순히 멋지게 보이기 위함이 아니라, 돈만으로는 살 수 없는 문화적 정당성을 얻기 위한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롤링스톤 UK의 패션 에디터 조슈아 그레이엄 역시 이들이 명품을 소비하는 이유가 "최고의 맥락 안에서 자신이 보여지는 것"에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들은 신진 디자이너보다 프라다, 디올 등 역사 깊은 명품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피사노는 이에 대해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사라지지만 옷은 영원히 필요하다"며 "그들은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 믿는 것(명품 브랜드)에 자신을 결부시켜 불멸성을 얻고 싶어한다"고 덧붙였다. 100년 이상 역사를 이어온 명품 브랜드에 편승해 자신들의 문화적 유산을 만들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관계는 일방적이지 않다. 패션계 역시 테크 거물들을 필요로 한다. 피사노는 "디자이너들은 자신들의 콘텐츠를 쇼핑 추천으로 연결하기 위해 알고리즘을 통제하는 이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레이엄 또한 "모든 곳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패션 브랜드들은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추구하며, 저커버그 같은 인물과 협력하고 싶어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레이엄은 테크 거물들의 투자가 상업성에만 치우쳐 예술로서 패션을 사랑하는 신진 디자이너들을 소외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패션에 대한 후원이 지나치게 상업적이지 않은 곳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