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정학적 갈등을 발판 삼아 오랜 피스타치오 종주국이었던 이란을 제치고 세계 최대 생산국이자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피스타치오 산업의 역사는 1929년 이란 케르만주에서 채취된 씨앗 하나에서 시작됐다. 본격적인 상업 재배는 1970년대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됐으며, 1979년 이란 혁명과 뒤이은 미국의 대이란 무역 금수 조치가 결정적 전환점이 됐다.

이란산 피스타치오 수입이 막히자 신생 산업이었던 캘리포니아 재배 농가들이 미국 내수 시장을 독점하게 됐다. 1986년에는 이란산 피스타치오에 241%의 고율 관세가 부과됐고, 이 관세는 현재까지 유지되며 미국 산업의 강력한 보호막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무역 장벽 속에서 미국은 피스타치오 생산량을 폭발적으로 늘렸다. 미국은 2004년 처음으로 생산량에서 이란을 앞질렀으며, 2020년 이후로는 매년 이란 생산량의 두 배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수출량 역시 2011년 이란을 추월했다.

최근 수십 년간 미국의 생산량 급증 배경에는 캘리포니아의 물 정책 변화와 기후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주 정부가 물 사용량이 많은 목화 등 저부가가치 작물 재배를 제한하자, 농부들은 아몬드나 피스타치오 같은 고부가가치 작물로 전환했다.

특히 2013~2016년 극심한 가뭄을 겪으며 아몬드보다 물 소비가 적고 척박한 환경에 강한 피스타치오의 장점이 부각됐다. 피스타치오는 '사막 관목을 나무처럼 개량한 품종'으로 불릴 만큼 가뭄 저항성이 뛰어나다. 이후 캘리포니아의 피스타치오 재배 면적은 2015년 이래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원더풀 컴퍼니'로 대표되는 대규모 자본의 마케팅 전략도 시장 확대에 기여했다. 이 회사는 캘리포니아 피스타치오의 약 3분의 2를 가공·판매하며, 슈퍼볼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2010년대 중반 이후 미국 내 1인당 피스타치오 소비량을 3배로 늘렸다.

미국산 피스타치오의 최대 수입국은 중국이었으나, 2025년 시작된 관세 분쟁 이후 직수입은 급감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최근 베트남과 홍콩으로의 수출이 급증한 점을 들어 이들 국가를 통해 중국으로 우회 수출될 가능성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