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일부 유통업체들이 애플, 삼성 등 유명 브랜드 헤드폰에서 내분비계 교란 화학물질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일부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14일(현지시간) IT 전문매체 더버지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의 자금 지원을 받은 한 연구에서 애플, 삼성, 보스, 소니 등 50여개 브랜드의 헤드폰 81종을 분석한 결과 모든 제품에서 유해 화학물질이 미량 검출됐다.
체코의 비영리단체 '아르니카'(Arnika) 등이 참여한 이번 연구에서 분석된 모든 헤드폰에서 비스페놀, 프탈레이트, 난연제 등 내분비계 교란 물질이 발견됐다. 특히 어린이 발달 위험과 관련된 비스페놀A(BPA)는 표본의 98%에서 검출됐다.
연구팀은 제품을 피부 접촉부, 비접촉부, 전체 평가 등 3개 부문으로 나눠 '낮은 위험'(녹색), '법규는 준수하나 자발적 기준 초과'(노란색), '높은 우려'(빨간색) 등급으로 평가했다. 애플의 '에어팟 프로 2'와 JBL의 '튠 720BT'는 전 부문에서 녹색 등급을 받았다. 반면 HP의 '하이퍼X 클라우드 III'와 레이저의 '크라켄 V3' 게이밍 헤드셋은 모든 부문에서 빨간색 등급을 받았다.
이 결과에 따라 온라인 쇼핑몰 볼닷컴, 쿨블루, 미디어마르크트 등 일부 유럽 유통업체들은 평가가 나쁜 일부 모델의 판매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어떤 제품이 판매 목록에서 제외됐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제조사들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보스, 젠하이저 등은 자사 제품이 법적 안전 요구사항을 모두 준수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한 보고서가 어떤 기준으로 결론을 내렸는지 불분명하고, 전자제품 플라스틱에 적용되는 것보다 더 엄격한 자체 기준을 적용했다며 연구 방법론에 의문을 제기했다.
연구를 공동 저술한 카롤리나 브라브초바 연구원은 "소비자에게 특정 제품 구매를 막으려는 의도는 아니다"라며 "검출된 화학물질 농도는 미미해 즉각적인 위험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헤드폰과 같은 작은 제품에도 복합적인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으며, 일상에서 수백 개 제품을 사용하며 누적되는 위험을 알리고 싶었다"고 연구 취지를 밝혔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아이민 첸 펜실베이니아 의대 교수는 "땀이나 체온으로 인해 유해 물질 방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며 장시간 착용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특히 게이밍 헤드셋 샘플의 약 60%가 종합 평가에서 '빨간색' 등급을 받아 장시간 헤드폰을 사용하는 이용자들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보고서 저자들은 유해 물질 사용을 제한하고 전자제품 내 성분 공개를 의무화하는 등 더 강력한 규제를 입법부에 촉구했다. 브라브초바 연구원은 "조사 대상 헤드폰의 40% 이상이 종합 '녹색' 등급을 받은 것은 기업들이 더 엄격한 안전 기준을 충족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