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성장 둔화와 고물가라는 취약성을 보이던 상황에서 유가 충격까지 겹치며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율 0.7%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전 추정치인 1.4%에서 하향 조정된 수치다. 경제 활동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소비 지출 역시 둔화세를 보였다.
반면 물가 상승 압력은 여전하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주시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지난 1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3.1% 상승해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았다. 여기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보통 휘발유 평균 가격이 갤런당 2.98달러에서 3.63달러로 급등하며 단기 인플레이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잇따른 악재에도 불구하고 경제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과거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JP모건체이스의 마이클 페롤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경기 확장은 많은 충격에도 계속 회복하고 있다"며 "경기 침체를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무라의 데이비드 세이프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0년간 미국 내 원유 생산량이 급증한 점을 짚었다. 그는 에너지 소비 지출이 미국 기업으로 다시 유입되는 비중이 커져 유가 충격의 영향이 과거보다 줄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연준의 통화정책이다.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위험을 키워 금리 인하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반면 고용 시장 둔화 등 경기 하방 압력은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높인다. 이처럼 상충하는 신호에 연준이 섣불리 움직이기보다 상황을 관망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전쟁 이전 선물 시장은 연준이 올해 최소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현재는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을 40% 가까이 반영하며 기대감이 크게 후퇴했다.
WSJ은 현재 경제 상황을 여러 번의 충격은 견디지만 결국 터져버리는 '피냐타'에 비유했다. 인공지능(AI) 투자와 세금 환급 등이 경제를 지지하고 있지만, 관세 문제와 유가 충격, 금융시장 불안 등 악재가 누적될 경우 경제가 한계를 맞을 수 있다는 경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