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포함한 주요국들이 국제 유가를 잡기 위해 전략비축유(SPR) 대규모 방출에 나섰으나, 시장 안정화에 실패하며 유가가 오히려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은 최근 총 4억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하기로 합의했다. 이 중 미국은 절반에 가까운 1억7200만배럴을 방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규모 방출 소식에도 유가는 잡히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공급이 막힌 원유량에 비해 방출량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리스타드에너지의 야니브 샤 부사장은 "IEA의 방출량은 하루 약 300만배럴 규모지만,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못하는 원유는 하루 900만~1000만배럴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시장은 즉각적인 유가 상승으로 반응했다. IEA 발표 당일 배럴당 90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브렌트유는 주말에 103달러 선까지 치솟았다. 비축유가 실제 시장에 풀리기까지 수개월이 걸린다는 점도 유가 안정 효과를 반감시키는 요인이다.

미국의 SPR은 루이지애나와 텍사스주의 지하 소금동굴 61곳에 4억1500만배럴이 저장돼 있다. 하지만 셰일업체와 동일한 송유관과 항구를 사용해 기반시설에 병목 현상이 발생하며, 전체 방출 물량이 시장에 도달하기까지 4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비축유 방출을 과거 바이든 행정부와 다른 방식으로 진행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비축유를 시장에 매각한 것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는 1억7200만배럴을 시장에 빌려주고 향후 2억배럴을 돌려받는 '대여' 방식을 택했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비축유 방출을 "유가를 낮추려는 헛된 시도"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트럼프 대통령 역시 재임 이후 비축유를 단 100만배럴 채우는 데 그쳤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에 따르면 비축유를 다시 가득 채우는 데는 약 200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WSJ은 이란과의 전쟁 여파로 미국과 같은 자체 생산 능력이 부족한 유럽, 중국, 일본 등은 오히려 미래를 대비해 더 많은 석유를 비축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장기간 유가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매체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