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세계 원유 공급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 비상이 걸렸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쟁연구소(ISW)와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비판적위협프로젝트를 인용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을 성공적으로 차단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신호 방해(재밍)와 위치 조작(스푸핑) 등 전자전을 통해 선박들의 충돌 위험을 높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및 가스 물동량의 20%가 지나는 핵심 해상 수송로다. 해리슨 프레타트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해양투명성이니셔티브 연구원은 "이란은 해협의 교통을 차단하는 데 꽤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신임 최고지도자는 해협 봉쇄 능력을 "반드시 계속 사용해야 할 지렛대"라고 묘사하며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WSJ에 따르면 해협의 선박 통행량은 실제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란은 선박 충돌 방지 시스템의 해상 신호를 탈취하는 '스푸핑' 공격을 감행하는 것으로 의심된다. 이 공격을 받으면 선박 위치가 디지털 지도에 엉뚱하게 표시돼 혼란을 야기한다. 야르덴 그로스 오르카 AI 최고경영자(CEO)는 이를 '디지털 안개'에 비유하며 이 지역에서 1200척 이상의 선박이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일부 선박들은 이란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위치 추적 장치를 끄는 '유령 항해'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 중국 국적의 한 선박은 호르무즈 해협 접근 전 신호를 껐다가 약 10시간 뒤 해협 남쪽에서 신호를 다시 켜기도 했다.
해운 분석업체 로이드 리스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 대부분은 이란산 석유와 가스를 운반하는 유조선이며, 이들 중 다수는 중국으로 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협 봉쇄를 풀기 위해서는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처럼 미 해군이 상업용 선박을 직접 호위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하지만 현재 미 해군의 규모는 당시의 절반 수준이며, 이란은 드론과 같은 과거에 없던 신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로이드 리스트는 호위 작전이 시작되더라도 유조선에 국한돼 평시 교통량의 약 10%를 처리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