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 축출 이후 수년간 억압됐던 베네수엘라 대학가의 시위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2월 중순 베네수엘라 최고 명문인 중앙대학교 학생 수백 명이 교내를 벗어나 거리 시위를 벌였다. 이는 지난 1월 3일 미군의 작전으로 마두로 전 대통령이 축출된 후 벌어진 의미 있는 변화다.

과거 베네수엘라에서 학생 운동은 구타, 구금 등 극심한 탄압을 받았다. 유엔(UN)은 베네수엘라 구금자에 대한 전기 충격, 질식, 수면 방해 등 고문 실태를 비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시위는 교내에 머무는 것이 암묵적인 규칙이었다.

학생회 소속인 파올라 카리요(22)는 시위대 앞에서 "나는 2003년에 태어나 오늘까지 두려움밖에 몰랐다"며 "우리는 원하는 자유를 위해 싸우고 있다"고 외쳤다. 10년 전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주도했던 학생 운동이 새로운 세대를 통해 부활한 것이다.

학생들의 요구는 정치범 석방을 넘어선다. 이들은 억압의 도구로 사용된 혐오 발언 방지법과 테러법 폐지, 공정한 선거 실시, 사회주의 정당에 의해 파괴된 국가 기관의 재건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대학 예산 증액과 월 4달러(약 5760원)에 불과한 교수 임금 인상도 주요 요구사항이다. 중앙대 학생회장인 미겔랑헬 수아레스(26)는 지난 1월 교내 행사에서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과 직접 대면해 대학의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마두로의 축출에 감사하면서도 미국의 군사 개입에 대해서는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마라카이보 소재 술리아 대학의 마이켈 카라세도(27)는 "변화가 훨씬 더 민주적이고 평화로운 방식으로 오길 바랐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카리요 역시 "우리 스스로 해내지 못하고 다른 누군가가 대신 해줘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좌절감이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마두로 축출 후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이 국가를 안정시키고 석유 및 광업 이익에 국가를 개방한 노력을 칭찬해왔다.

시위에는 과거 정권의 직접적인 피해자도 동참했다. 2025년 10월 테러 및 반역 혐의로 체포돼 약 4개월간 수감됐던 호세 카스테야노스(22)는 "감옥에 있으면서 더 큰 용기와 힘을 얻었다"며 "거리에서 평화적으로 우리의 권리를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학자 카를로스 멜렌데스는 "정당의 사상 주입이 아닌 정부 정책에 대한 반작용으로 민주적 회복을 추진하려는 학생 집단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네수엘라의 130만명에 달하는 학생 유권자는 향후 선거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