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살인 범죄율이 12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전반적인 범죄가 이례적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초당파적 연구기관인 형사사법위원회(CCJ)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미국의 살인 범죄율이 인구 10만명당 4명으로, 1900년 이후 기록된 공중 보건 및 경찰 데이터상 최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주요도시경찰청장협회(MCCA)가 추적한 58개 도시 중 절반 이상에서 지난해 살인 범죄율이 10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2020년부터 2025년까지 볼티모어는 59%, 세인트루이스는 43%, 뉴올리언스는 39% 급감하며 높은 감소율을 보였다.
범죄 감소 원인으로는 복합적인 요인이 거론된다. 보수 성향의 맨해튼 연구소는 음주 감소와 같은 사회적 변화와 함께 경찰의 단속 강화, 체포 및 기소율 증가 등 정책적 변화를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반면 시카고대학의 존 로먼 선임연구원은 팬데믹 이후 일상 회복과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으로 지방정부 일자리가 늘어난 점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교사, 상담사, 경찰 등 청소년과 직접 일하는 인력이 늘어난 것이 폭력 예방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현금 소지 감소, 청소년들이 혼자 보내는 시간 증가 등도 잠재적 요인으로 언급된다.
하지만 모든 지표가 범죄 감소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2024년 법무부의 전국범죄피해조사(NCVS)에서는 폭력 피해율이 감소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경찰 통계와 차이를 보였다. 뉴욕대학교의 애나 하비 교수는 "범죄의 60~70%는 경찰에 신고되지 않는다"며 "섣부른 축하는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량 절도는 다른 범죄와 다른 흐름을 보였다. 2022년 소셜미디어에서 기아차와 현대차를 훔치는 방법이 유행하며 급증했으나, 이후 2년 연속 감소세로 돌아섰다. 점유된 차량을 훔치는 차량 강탈 범죄도 비슷한 증감 추세를 보였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국정연설에서 이러한 범죄 감소를 주요 성과로 내세웠다. 특히 그가 지난해 8월 범죄 비상사태를 이유로 국가방위군을 투입했던 수도 워싱턴 D.C.의 경우, 2024년 폭력 범죄가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감소세가 이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