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산업 전반을 뒤흔드는 가운데 미국 법조계가 AI 도입을 두고 깊은 딜레마에 빠졌다.

14일(현지시간)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최근 뉴욕에서 열린 법률 기술 컨퍼런스 '리걸위크(Legalweek)'에서는 AI가 최대 화두였지만, 정작 변호사들의 AI 기술 채택률은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AI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장차 '직무유기'로 간주될 수 있다는 논쟁까지 불거지고 있다.

컨퍼런스 현장은 AI 기술을 홍보하는 부스들로 가득 찼지만, 실제 도입은 더딘 상황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한 관계자가 강연 중 AI를 활용한 계약서 검토 자동화 소프트웨어 사용자에게 손을 들어달라고 요청하자, 소수의 참석자만이 손을 들었다. 이는 AI의 가장 명확한 활용 사례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나타난 미온적인 반응이었다.

고객들의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한 패널 토론에서 데릭 모랄레스 맥쿼리 캐피탈 소속 변호사는 기업이 외부 로펌을 선정할 때 AI 성숙도를 고려할 것인지 묻자 "나는 이미 오늘부터 평가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일부 로펌이 AI 플랫폼 라이선스 구매는 주저하면서 최고혁신책임자를 고용했다고 말하는 것을 듣는 것이 '민망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변호사들이 AI 도입을 주저하는 배경에는 복합적인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다. 엠마 다우든 버지스 새먼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변호사들은 자동화가 자신의 일자리에 미칠 영향과 시간당 청구되는 업무의 감소 가능성을 두려워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불안감이 AI 도입에 대한 저항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젊은 변호사들이 AI를 쉽게 받아들일 것이라는 통념도 깨졌다. 로펌 클리어리 고틀립의 세라 이건은 "많은 신입 변호사들이 AI 자동화를 위협으로 보고 있다"며 "수년간 시간과 돈을 들여 쌓아온 경력이 초급 수준의 업무에 기반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클리어리 고틀립은 하비의 경쟁사인 레고라를 전사적으로 도입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체계적인 교육의 부재가 AI 도입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한다. 법률 교육 프로그램 회사 핫샷의 이안 넬슨은 "많은 로펌이 AI 교육을 전혀 제공하지 않는다"며 "이는 일부 변호사들이 어차피 챗봇 도구를 사용할 것이기 때문에 근시안적인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업계의 고민은 'AI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과연 윤리적인가'라는 문제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변호사 마이클 피어슨은 "고객에게 최상의 결과물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탐색해야 한다"며 "만약 우리가 일상적인 법률 서비스 제공에 AI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그 자체로 직무유기인가? 나도 잘 모르겠다"고 문제를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