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스타트업 국가' 명성을 이끌어온 첨단기술 분야 인력들이 전쟁 장기화와 더불어 높은 생활비, 정치적 불안 등을 이유로 이스라엘을 떠나는 '테크 엑소더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 산하 기술 연구·투자 기관의 최신 데이터 분석 결과, 2024년 이스라엘의 첨단기술 분야 종사자 수는 전년 대비 1.2% 감소했다. 이는 지난 10년간 처음으로 기록된 감소세다. 특히 2023년 10월부터 2024년 7월까지 약 8300명의 기술 인력이 이스라엘을 떠났으며, 이는 2024년 기준 전체 기술 인력의 2.1%에 해당한다.
인력 유출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6년간의 이스라엘 생활을 마치고 최근 미국으로 돌아간 기술직 종사자 엘리자베스 슈워츠 코언(34)은 "전쟁과 계속되는 미사일 경보음 속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은 마음과 함께 가족과 함께하고 싶은 우선순위의 변화, 경제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스라엘의 높은 생활비는 기술 인력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구매력을 측정하는 '테크 시티 지수'에 따르면 텔아비브의 연봉 중간값은 뉴욕보다 5만4000달러(약 7776만원) 낮다. 반면, 머서의 '2024년 도시 생활비 순위'에서 텔아비브는 해외 주재원에게 가장 비싼 도시 16위에 올랐다.
슈워츠 코언은 "이스라엘 기술 기업들은 미국 중부 수준의 연봉을 주면서 생활비는 뉴욕 수준을 요구한다"며 "내 주변의 많은 이들이 미국으로 이주하거나 이스라엘 밖에서 수입원을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불안도 주요 이탈 요인으로 꼽힌다. 17년간 이스라엘 기술 분야에서 일하다 2024년 9월 스위스로 이주한 에레즈 슈나이더(39)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추진한 '사법부 무력화' 입법 등 정치적 상황이 이주를 결심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스위스 내 이스라엘 기술자 모임에 매주 새로운 사람이 합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타이 아테르 텔아비브대 경제학 교수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전쟁 외에도 정치적 요인과 생활비가 인력 유출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 미공개 연구를 통해 "천연자원이 부족한 이스라엘 경제는 첨단기술 분야의 고급 인적 자본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인재 유출에 특히 취약하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의 첨단기술 산업은 1990년대부터 급성장해 윅스(Wix), 파이버(Fiverr) 등 자국 기업은 물론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연구개발 기지 역할을 해왔다. 2013년 구글은 이스라엘의 위성 내비게이션 기업 웨이즈(Waze)를 11억5000만달러(약 1조656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인력 유출 현상이 우려스럽지만 아직 비상사태는 아니라는 시각도 내놓았다. 아테르 교수는 이스라엘 전체 인구가 1000만명에 달하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 이탈 규모가 큰 위협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 타웁 사회정책연구센터의 알렉스 와인렙 연구 책임자 역시 "이스라엘 기술 부문은 여전히 번창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