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총선을 앞두고 빅토르 오르반 총리의 재선을 돕기 위해 러시아가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피데스당은 최근 선거 유세에 러시아로부터 석방된 우크라이나 전쟁 포로를 등장시키는 등 노골적인 친러시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말부터 헝가리 친정부 성향 페이스북 그룹들에는 헝가리계 병사들이 러시아 포로수용소에서 인도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며 오르반 총리에게 석방을 도와달라고 호소하는 영상이 유포됐다. 이 영상들은 러시아 정부 계정을 통해 공유된 뒤 헝가리 공영방송에도 방영됐다.
이달 초 페테르 시야르토 헝가리 외무장관이 모스크바를 방문한 후 영상에 등장했던 포로 중 2명이 실제로 석방됐고, 그중 1명이 피데스당의 선거 유세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독일외교협회의 안드라스 라츠 연구원은 이를 두고 "러시아가 오르반의 선거 운동을 돕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명백한 증거"라고 지적했다.
오르반 총리의 선거 캠페인은 크렘린궁의 주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야당 지도자인 페테르 마자르가 승리하면 헝가리가 전쟁에 휘말릴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를 '적'으로 규정하는 식이다. 오르반 총리는 최근 러시아의 드론 공격으로 가스관이 파괴된 사실은 언급하지 않은 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헝가리의 에너지 공급을 차단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오르반 총리는 한 유세에서 "이번 선거는 젤렌스키가 정부를 구성하느냐, 아니면 내가 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으며, 피데스당은 "젤렌스키가 최후의 승자가 되게 하지 말라"는 문구의 선거 포스터를 내걸었다.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야당 지도자 마자르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오르반 총리에게 "계획된 선거 사기를 중단하고 헝가리에서 러시아 요원들을 추방하라"고 촉구했다.
온라인에서도 러시아의 개입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포착됐다. 헝가리 싱크탱크인 유로-대서양 통합 민주주의 센터(CEID)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헝가리의 메타 플랫폼 정치 광고비는 340만유로(약 50억5440만원)로, 인구가 8배 많은 독일보다 50만유로 이상 많았다. 소셜미디어 분석업체 바카모는 최근 야권 지지 그룹을 방해하려는 신규 계정이 급증했으며, 이들의 활동 방식이 크렘린궁의 전술과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오르반 총리가 재선될 경우를 우려해 헝가리 당국의 선거 운동이나 외국 개입 가능성에 대한 조사에 아직 착수하지 않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