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측이 의장 임기가 끝난 후에도 이사직을 유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파월 의장 본인에 대한 법무부의 형사 수사와 연계된 발언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공개된 법원 문서에서 파월 의장의 변호인단은 지난 1월 29일 법무부와의 회의에서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이 문서는 연준 워싱턴 본부 건물 리노베이션 처리와 관련해 법무부가 파월 의장을 상대로 진행 중인 형사 수사 소환장을 막기 위한 소송의 일부다.

법무부 소속 변호사가 작성한 문서에 따르면 파월 의장 측은 "파월 의장은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이라면 의장 임기가 만료돼도 이사회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형사 수사에 직면하지 않는다면 상황이 달라 보일 것이며, 의장은 가족에게 집중하는 결정을 자유롭게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파월 의장 측의 이러한 발언을 '압박(strongarming)'으로 규정했다. 수사를 철회하면 파월 의장이 이사직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점을 암시하며 부적절하게 정치적 논의를 끌어들이려 했다는 주장이다.

파월 의장의 변호인단은 또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상원에서 새 연준 의장을 인준받을 충분한 표를 갖고 있지 않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에게 금리 인하를 압박해왔으며, 후임으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지명했으나 인준에 난항을 겪고 있다.

파월 의장의 의장 임기는 오는 5월에 끝나지만, 이사 임기는 2028년 1월까지다. 역대 연준 의장들은 관례에 따라 의장직에서 물러나면 이사직도 함께 사임해왔다. 만약 파월 의장이 이사로 남는다면 이는 전례 없는 일로, 7명으로 구성된 연준 이사회에서 그의 한 표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어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수 있다.

한편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은 이날 연준의 손을 들어줘 법무부의 소환장을 기각했다. 연준은 공개된 문서 내용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