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환경보호청(EPA)이 의료기기 살균 등에 사용되는 발암물질인 에틸렌옥사이드 배출 규제 완화를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EPA는 이날 의료 장비, 의약품, 향신료 등의 살균에 사용되는 에틸렌옥사이드 시설에 대한 개정된 대기 배출 규정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정안은 바이든 행정부가 2024년 도입했던 기존 규제 중 '대기오염방지법(Clean Air Act)'에 부합하는 부분은 유지하되, 위험 기반 표준 등 일부 핵심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PA는 이를 통해 약 50개 기업이 운영하는 90개 상업용 살균 시설이 가스 배출 제어 방식에 있어 더 많은 유연성을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PA는 이번 규제 완화로 관련 업계가 20년간 약 6억3000만달러(약 9072억원), 연간으로는 약 4300만달러(약 619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리 젤딘 EPA 청장은 성명에서 "안정적인 국내 의료 공급망을 유지하면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려는 EPA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EPA는 규제 완화의 핵심 근거로 이전 바이든 행정부의 규제가 대기오염방지법을 위반했다는 점을 들었다. 현행법상 8년 내 유해물질 위험성 검토는 한 번만 허용되는데, 바이든 행정부가 두 차례 분석을 진행해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공화당 소속인 브렛 거스리 하원 에너지·상업위원회 위원장도 "환자를 보호하는 상식적인 정책의 승리"라며 EPA의 제안을 환영했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서던환경법률센터(SELC), 클린에어 노스캐롤라이나 등 3개 단체는 공동 성명을 통해 "지역 사회의 건강과 안전을 희생시키면서 산업계의 비위를 맞추는 또 다른 무모한 연방정부의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레나 코모 SELC 선임 변호사는 인터뷰에서 "EPA의 이전 규제는 에틸렌옥사이드의 발암성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60배 더 높다는 새로운 과학적 사실에 근거했다"며 "이번 조치는 가장 유독한 발암 화학물질 중 하나에 대한 보호 장치를 없애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 단체는 에틸렌옥사이드가 DNA를 변형시켜 어린이에게 특히 취약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2024년 기준이 유지됐다면 평생 암 발병 위험이 100만분의 1 이상인 어린이가 125만명에서 16만2300명으로 줄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PA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곧 연방 관보에 게재한 뒤 15일 후 공청회를 열고 45일간 공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환경단체들은 규제안이 최종 확정될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여 향후 소송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