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의 전쟁으로 촉발된 유가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캘리포니아 연안의 석유 생산을 재개하도록 지시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1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른 조치다. 행정부는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발동해 휴스턴 소재 기업 세이블 오프쇼어에 캘리포니아 산타이네즈 유전 및 파이프라인 시스템 가동 복구를 명령했다.
라이트 장관은 "미국의 석유 공급을 강화하고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파이프라인 시스템을 복원하는 조치"라며 "서부 해안 군사 시설의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직면한 정치적 부담을 반영한다. 이란과의 전쟁으로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으며, 특히 캘리포니아주는 갤런당 5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상당한 정치적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재가동될 산타이네즈 유전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4만5000~5만5000배럴로 추정된다. 이는 미국의 하루 석유 수요량인 2000만배럴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공급 차질분 1500만배럴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환경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생물다양성센터의 탈리아 니머 변호사는 "극단주의 대통령의 역겨운 권력 남용"이라며 "결함 있는 송유관을 재가동하는 것은 높은 휘발유 가격을 억제하지 못하면서 해안 야생 동물을 또 다른 기름 유출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산타바버라 연안은 1969년 대규모 기름 유출 사고를 겪은 곳이다. 특히 이번에 재가동 대상에 포함된 파이프라인 중 하나는 2015년 같은 지역에서 레퓨지오 기름 유출 사고를 일으킨 바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백악관은 유가 안정을 위해 다른 조치들도 검토 중이다. 앞서 1억7200만배럴의 전략비축유(SPR) 방출을 발표했으며, 미국 항구 간 물품 수송에 미국 선박만 사용하도록 규정한 해상법을 일시적으로 면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