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반도핑기구(WADA)가 분담금 미납을 이유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정부 관계자들의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참석을 금지하는 초강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3일(현지시간) AP통신을 인용한 ESPN 보도에 따르면 WADA는 다음 주 화요일 열리는 집행위원회 회의 안건에 이 같은 제재안을 포함시켰다. 이 제재안은 올해 미국에서 열리는 월드컵과 2028년 LA 올림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미국 정부가 WADA의 중국 수영선수 도핑 사건 처리 등에 항의하며 수년째 분담금 납부를 거부한 데 따른 것이다. 미국은 2023년 분담금 약 370만달러(약 53억2800만원)와 2024년분 360만달러(약 51억8400만원)를 미납한 상태다.
제안된 규정은 분담금을 미납한 국가에 대해 3단계 제재를 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고 수위 제재는 '정부 대표들이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패럴림픽 등 주요 행사에 참여하는 것을 배제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 미 의회 의원들이 대상이 될 수 있다.
미국 측은 즉각 반발했다. 사라 카터 미국 백악관 국가마약통제정책실(ONDCP) 국장은 "WADA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스포츠의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 WADA에 책임과 투명성을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훌 굽타 전 ONDCP 국장은 해당 제재안이 처음 논의됐던 2년 전 이를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라고 비판하며 "예산 5000만달러 규모의 스위스 재단이 미국 대통령의 자국 내 행사 참석을 막는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떻게 집행할 것인가? 인터폴에 적색수배라도 요청할 건가"라고 반문했다.
반면 WADA는 재원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제임스 피츠제럴드 WADA 대변인은 "WADA의 자금 지원이 끊기면 궁극적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선수들"이라며 "깨끗한 스포츠를 보호하려는 WADA의 사명을 완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WADA의 2025년 예산은 5750만달러(약 828억원)로, 절반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나머지 절반은 각국 정부가 분담한다. 미국은 가장 많은 분담금을 내는 국가 중 하나다.
양측의 갈등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이전 러시아의 조직적 도핑 스캔들 처리 과정에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2024년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을 포함한 중국 수영선수 23명이 금지약물 양성 반응에도 불구하고 대회 출전이 허용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