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갈등이 격화하며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 운송로가 사실상 봉쇄돼 전 세계 교역 공급망이 대혼란에 빠졌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분쟁이 2주 이상 이어지면서 에너지 시장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운반선사인 그리말디 그룹의 에마누엘레 그리말디 상무이사는 유럽에서 페르시아만으로 향하던 고가 차량 화물이 발이 묶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 문제는 전 세계 경제에 너무나 중요하기에 어떻게든 해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말디 그룹은 결국 고객과의 협의를 통해 케냐의 한 항구에 화물을 내리는 임시방편을 찾았다. 그러나 아시아에서 중동으로 향하던 또 다른 선박은 하역할 장소를 찾지 못하고 있으며, 다른 한 척은 페르시아만에 갇힌 상태다. 그리말디 상무이사는 "인근 항구 대부분이 가득 찼다"며 "5000~6000대의 차량을 내리려면 넓은 부지가 필요한데 이는 큰 문제"라고 토로했다.
현재 100척 이상의 선박이 페르시아만에 갇혀 있으며, 인도양 주변 항구들은 경로를 변경한 화물로 가득 차고 있다. 아시아 허브 항만에서는 연료 부족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세계적인 컨테이너 선사인 머스크와 하팍로이드 등은 안전을 이유로 중동을 오가는 주요 항로 운항을 중단했다. 이로 인해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2년간 막혔던 홍해 항로 대신 아프리카를 우회하는 더 길고 비용이 많이 드는 항로 의존이 불가피해졌다.
빈센트 클럭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해협 폐쇄가 길어질수록 아시아의 석유 재고 보충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머스크는 현재 10척의 선박이 페르시아만에 갇혀 있으며, 휴전이 이뤄지더라도 정상 운항까지 최소 7일에서 10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에서 두바이로 머리핀과 장난감 반죽을 수출하는 인 웨이러(38)씨의 사례는 현장의 혼란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의 화물선은 분쟁 발발 직후 회항해 파키스탄 카라치에 정박했다. 약 6200만원 상당의 화물은 항구에 묶여 하루 약 29만원의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중국 선사는 약 780만원을 추가로 내면 호르무즈 해협 남쪽 항구까지는 운송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이 비용에는 '전쟁 할증료' 명목으로 약 430만원이 포함됐다. 하지만 해협 통과는 보장하지 않아 이후 두바이까지의 육상 운송은 수출업자 스스로 해결해야 할 판이다.
일부 선사들은 '항해 종료'를 선언하며 목적지가 페르시아만인 화물을 대체 항구에 내려놓고 있다. 이는 해상 운송의 '불가항력' 조항에 해당하지만, 이처럼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대규모로 적용된 것은 전례가 없어 향후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화물 운송비용도 급등했다. 데이터 제공업체 제네타에 따르면 중국에서 인도의 상업 수도 뭄바이까지 40피트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평균 비용은 분쟁 시작 이후 56% 급증한 2107달러(약 300만원)를 기록했다. 인 웨이러씨는 "지금 모두가 서로에게 돈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