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가 1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사랑받는 비결로,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왈츠'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 왈츠는 단순한 춤곡을 넘어, 두 주인공의 만남과 사랑, 비극적 파멸에 이르는 과정을 상징하는 핵심적인 음악 장치로 기능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라 트라비아타'는 1853년 초연 당시 관객의 야유를 받으며 실패했으나, 곧바로 다음 해 성공을 거둔 뒤 세계 주요 오페라 극장의 단골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만 1000회가 넘게 공연될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작품은 알렉상드르 뒤마 2세의 희곡 '동백꽃을 든 여인'을 원작으로 한다. 파리 사교계의 유명 코르티잔(고급 매춘부) 비올레타가 진실한 사랑을 제안하는 청년 알프레도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알프레도 아버지의 반대로 오해 속에 헤어졌다가 죽음의 문턱에서야 재회하는 비극적 이야기를 다룬다.

작품의 핵심은 베르디가 왈츠를 서사의 중심축으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1막의 유명한 '축배의 노래'(Brindisi)에서 알프레도가 왈츠 선율로 노래를 시작하면, 비올레타가 그의 곡조를 이어받는다. 이는 단순한 이중창을 넘어, 사랑을 갈구하는 남자와 그의 의도를 파악하고 직업적으로 응하는 여인의 첫 만남과 미묘한 관계를 상징한다.

두 사람의 감정이 깊어지는 다음 이중창 역시 왈츠다. 알프레도가 '우주 전체의 심장 박동과 같은 사랑'이라며 열정적으로 고백하는 대목에서 왈츠는 한층 느려지며 친밀감을 더한다. 그의 진심에 두려움을 느낀 비올레타는 화려한 기교로 이를 거부하지만, 결국 그의 리듬에 맞춰 노래하며 두 사람의 감정적 연결이 시작됐음을 암시한다.

왈츠는 비극적 오해가 쌓이는 2막을 거쳐 마지막 장면에서 다시 등장한다. 죽음을 앞둔 비올레타와 재회한 알프레도는 연인의 성향을 이해하고 이전보다 약간 빠른 템포의 왈츠를 시작한다. 두 사람은 완벽하게 선율과 가사를 주고받으며 화해하지만, 희망의 순간은 잠시뿐이다.

음악은 곧 왈츠의 3박자 틀 안에서 장송 행진곡 리듬으로 변주된다.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느려진 이 '죽음의 왈츠'는 쾌락과 환상으로 시작된 시간이 결국 비극적 운명으로 귀결됨을 냉혹하게 보여준다. 왈츠가 시간으로부터의 도피인 동시에 시간의 잔인한 흐름을 측정하는 척도가 되는 셈이다.

여주인공 비올레타는 1840년대 파리에 실존했던 마리 뒤플레시를 모델로 한다. 이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가창력뿐만 아니라, 육체적 쇠약함을 무대 너머로 전달하는 연기력이 동시에 요구된다. 이는 남성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소외되는 여성의 생존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