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항소법원에서 한 판사가 트랜스젠더 관련 사건 판결문에 노골적인 성적 표현을 사용했다가 동료 판사 수십 명에게 이례적으로 공개적인 비판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제9연방순회항소법원 소속 판사 약 30명은 동료인 로렌스 밴다이크 판사가 작성한 반대 의견문에 대해 이례적으로 서면 비판을 제기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밴다이크 판사는 트랜스젠더 여성에게 서비스를 거부한 여성 전용 스파 관련 사건의 재심리 불허 결정에 반대하며 “이 사건은 흔들리는 남성 성기에 관한 것”이라는 문장으로 의견서를 시작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과 공화당 출신을 망라한 동료 판사 27명은 별도 의견서를 통해 밴다이크 판사의 발언이 “저급한 술집 막말”이라며 사법부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질타했다. 항소법원 판사들이 법적 쟁점을 두고 의견 대립을 벌이는 것은 흔하지만, 이처럼 개인적인 표현을 문제 삼아 공개 비판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임명한 M. 마거릿 매키언 판사는 6명의 판사와 함께 낸 의견에서 밴다이크 판사의 “상스러운” 언어가 공공시설 내 차별이라는 일상적인 사건의 본질을 흐린다고 지적했다. 매키언 판사는 “이 사건은 ‘깨어있는 규제 당국’과 ‘공범인 판사들’이 ‘여성과 어린 소녀들’을 해치려는 사건이 결코 아니다”라며 밴다이크 판사의 표현을 직접 반박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명한 존 오언스 판사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대니엘 포레스트 판사도 “우리는 이보다 낫다”는 한 문장으로 된 의견을 통해 초당적인 비판에 가세했다.
밴다이크 판사는 과거 트럼프 행정부 시절 연방대법관 후보 물망에 올랐던 보수 성향의 법관이다. 그는 지난해에도 캘리포니아 총기 규제법을 지지한 법원 결정을 비판하며 판사 법복을 입고 총기를 다루는 영상을 촬영해 공개하는 등 기행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번 사건은 2020년 트랜스젠더 여성인 헤이븐 윌비치가 워싱턴주에 위치한 여성 전용 스파 ‘올림푸스 스파’에서 서비스를 거부당한 뒤 주 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스파는 보수적인 기독교인 가족이 소유한 전통 한국식 스파로 알려졌다.
스파 측은 주 정부와 합의해 정책을 변경하기로 했으나, 이후 이 합의가 수정헌법 제1조에 보장된 표현·결사·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이를 기각했고, 지난해 5월 항소법원도 1심 판결을 유지했다. 밴다이크 판사의 반대 의견은 이 판결을 전원합의체에서 재검토하지 않기로 한 결정에 대한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