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싱가포르 공동 연구진이 리튬이온 배터리의 성능 저하와 화재의 주범으로 꼽히는 '덴드라이트'의 기계적 특성을 새롭게 규명해 차세대 배터리 개발의 중요한 단서를 찾아냈다.
13일(현지시간)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미국 뉴저지 공과대학(NJIT), 라이스 대학, 조지아 공과대학, 휴스턴 대학과 싱가포르 난양 공과대학 공동 연구팀은 리튬 덴드라이트가 기존 학설과 달리 단단하고 부서지기 쉬운 특성을 가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덴드라이트는 리튬이온 배터리 충전 시 음극 표면에 생기는 나뭇가지 모양의 미세 결정으로,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가늘다. 이 결정이 자라나 배터리 내부의 양극과 음극을 나누는 분리막을 뚫으면 내부 단락(쇼트)을 일으켜 화재나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덴드라이트가 부서지면서 생기는 파편들은 더 이상 에너지를 저장하지 못하는 '죽은 리튬'이 되어 배터리 용량을 점차 감소시킨다. 공동 주저자인 싱 리우 NJIT 조교수는 "덴드라이트는 리튬-금속 배터리 상용화의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로 인식돼 왔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덴드라이트의 정확한 기계적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특수 제작된 실험 장비를 사용했다. 산소와 닿으면 화학적으로 변형되는 리튬의 특성 때문에, 연구팀은 밀폐된 공간에서 작동 중인 배터리로부터 덴드라이트를 조심스럽게 채취해 고해상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고 기계적 강도를 측정했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리튬 금속 자체가 무르고 유연하기 때문에 덴드라이트 역시 비슷할 것이라고 추정해왔다. 하지만 실험 결과 덴드라이트는 예상과 전혀 다른 거동을 보였다.
리우 교수는 "우리는 오랫동안 리튬 덴드라이트가 찰흙처럼 부드럽고 연성이 있을 것이라고 가정해왔다"면서 "하지만 우리의 관찰에 따르면 덴드라이트는 마른 스파게티 면처럼 단단하고 부서지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특성의 원인이 덴드라이트 표면에 형성되는 '고체 전해질 계면(SEI)'이라는 얇은 막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SEI 층이 덴드라이트를 감싸면서 바늘처럼 단단한 구조로 변형시킨다는 것이다.
이번 발견은 덴드라이트의 성장을 억제할 새로운 전략을 제시한다. 연구진은 덴드라이트를 단단하게 만드는 SEI 층의 형성을 막거나, 리튬 합금 음극재를 사용해 덴드라이트가 덜 부서지게 만드는 방안 등을 후속 연구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는 더 안전하고 오래가는 리튬-금속 배터리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