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발발로 국제 유가가 30% 이상 폭등하고 각국 증시가 급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1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란 전쟁 10일차를 맞은 이번 주 초, 투자자들이 중동 원유 생산 차질의 심각성을 인지하면서 시장 변동성이 극에 달했다. 브렌트유는 장중 30% 넘게 폭등해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했으며, 나스닥 선물은 2%, 일본 닛케이지수는 5% 급락했다.
BOK 파이낸셜 시큐리티의 데니스 키슬러 수석 트레이더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2초 만에 100만달러(약 14억4000만원)를 잃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극심한 시장 혼란을 전했다. 그는 걸프전, 이라크전, 금융위기 등 과거 오일쇼크를 모두 겪었지만 이번처럼 고객들의 주문이 쇄도한 적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장 충격의 진원지는 원유 공급 차질에 대한 공포다. 세계 원유 공급의 약 5분의 1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달에만 매일 800만배럴의 원유가 시장에서 사라질 것으로 추산했다. IEA는 이를 두고 "시장이 겪은 가장 큰 공급 차질"이라고 평가했다.
전통적인 안전자산마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점도 혼란을 키우고 있다.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 공포를 재점화하며 금리를 끌어올리자 달러를 제외한 금, 일본 엔, 스위스 프랑, 미국 국채 등 주요 안전자산 가격이 일제히 하락했다. 시드니 소재 토리카 캐피털의 레이몬드 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 국채 거래가 유가 거래와 같아졌다"며 보유하고 있던 2년 만기 국채 선물을 전량 매도했다고 밝혔다.
특히 중동 산유국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시장의 타격이 컸다. 한국 코스피지수는 지난 3일 7% 넘게 하락한 데 이어 다음 날에는 사상 최대 낙폭인 12% 폭락을 기록했다.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의 통화 가치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싱가포르 소재 리드 캐피털 파트너스의 제럴드 간 CIO는 코스피 폭락으로 포트폴리오가 "큰 타격(bad hit)을 입었다"고 말했다. 그는 몇 주 전 배럴당 60달러 선에서 원유를 매수한 덕분에 일부 손실을 만회했지만, 시장 상황이 "롤러코스터 같았다"고 표현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변동성이 수 주에서 길게는 수개월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페퍼스톤의 마이클 브라운 선임 전략가는 "상황이 진정되는가 싶다가도 다음 순간 뉴스 하나에 모든 것이 뒤집힌다"며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