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을 덮친 대형 산불이 화재 피해 지역을 넘어 섬 전체에 광범위한 정신건강 위기를 초래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AP통신은 13일(현지시간) 하와이대 경제연구기구(UHERO)와 마우이 산불 노출 연구(MauiWES)팀이 정신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JAMA 사이키아트리'(JAMA Psychiatry)에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은 산불이 주민들의 우울증과 불안감을 크게 높였으며, 정신건강에 미친 영향의 절반 이상이 주거 및 고용 불안정성 증가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연구의 주 저자인 루벤 후아레스 UHERO 교수는 "주거지 상실과 소득 감소가 정신적 피해의 핵심 동인이었음을 보여준다"며 "회복 정책은 안정적인 주거, 고용, 정신건강 관리를 분리할 수 없는 것으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에 따르면 화재 당시 연소 구역 내에 거주했던 주민들은 그렇지 않은 주민에 비해 우울증 위험이 53%, 불안장애 위험이 67% 더 높았다. 그러나 피해 지역 밖의 다른 마우이 주민들 역시 자살 생각 위험이 두 배 이상 증가하는 등 심각한 정신건강 위험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트라우마 노출 자체가 많은 생존자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쳤지만, 우울증과 불안감 증가는 주로 사회경제적 불안정성 때문에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산불 생존자의 경우 주거 및 고용 불안이 우울 증상의 약 62%, 불안 증상의 77%를 설명했다. 섬의 다른 주민들에게도 이 요인들은 우울증 징후의 약 55%, 불안 증상의 96%를 차지했다.
연구에 참여한 크리스토퍼 나이츠브리지는 "생존에 대한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될 때까지 트라우마를 치료할 수 없다"며 "산불 이후 모든 사람이 끊임없는 생존 모드에 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그는 마우이섬의 자살 충동, 스트레스, 트라우마 수준이 '실제 위기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2024년 1월부터 2025년 2월까지 산불에 노출된 마우이 주민 1535명과 다른 하와이 카운티에 거주하는 918명을 포함한 성인 245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참가자의 평균 연령은 50.8세였으며 약 61%가 여성이었다.
라하이나 산불은 최소 102명의 목숨을 앗아간 현대 미국 역사상 최악의 화재 참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산불이 인구 전체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최초의 연구 중 하나라며, 기후 관련 재난이 빈번해짐에 따라 전 세계의 재난 복구 및 정신건강 대응 시스템 구축에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