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을 둘러싼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격화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져 미국 달러화 가치가 3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DXY 달러 인덱스는 이날 장중 100.299까지 오르며 3개월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인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포함한 강경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및 가스 수송의 핵심 길목이다.
분쟁 확산 우려에 국제유가도 급등했다. 유럽 거래 초반 브렌트유는 배럴당 102달러를 넘어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이란의 핵무기 개발 저지가 유가 상승을 막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발언하며 긴장감을 더했다.
시장에서는 달러가 안전자산으로서의 역할과 미국의 순 석유 수출국 지위 덕분에 강세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 경제는 다른 많은 국가에 비해 고유가 충격에 덜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유로화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유로존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유가 상승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LSEG 데이터에 따르면 유로화 가치는 이날 유럽 거래 초반 달러 대비 1.1431달러까지 떨어지며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탓이다.
미국과 유럽의 엇갈린 통화정책 전망도 달러 강세, 유로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코메르츠방크의 폴크마 바우어 애널리스트는 "미국은 성장이 양호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잠재적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인하를 연기하기 쉽다"고 분석했다. LSEG 데이터에 따르면 시장은 연준이 올해 최소 두 차례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제는 내년으로 연기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성장이 부진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로존 자금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당초 올해 금리 동결을 예상했지만 이제는 ECB가 7월까지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데 베팅하고 있다고 LSEG는 전했다.
ING의 크리스 터너 글로벌 시장 책임자는 "투자자들이 에너지 공급망 차질이 수개월간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며 "달러 강세가 더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시장은 이란이 폭격으로 굴복할 것이라고 믿지 않으며 휴전이나 미국의 '임무 완수' 선언 등 적대 행위가 중단될 경로를 찾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