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에너지 기업 에니(Eni)가 베네수엘라산 천연가스 수출을 추진하며, 미국의 제재 완화 이후 베네수엘라가 국제 시장에 복귀하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1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권한대행은 전날 에니와의 새로운 계약 체결을 발표했다. 이번 계약으로 에니는 2026년에도 국영석유회사(PDVSA)에 천연가스를 계속 공급하면서 부유식 액화 등 장기 수출 방안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

해당 가스는 에니와 스페인 렙솔이 50대 50으로 지분을 보유한 합작사 '카르돈 IV'가 운영하는 페를라 해상 가스전에서 생산된다. 그동안 유일한 구매처인 PDVSA가 대금을 지불하지 못해 최소 수준으로만 생산이 이뤄져 왔다.

이번 계약으로 PDVSA는 원유 화물로 합작사에 대한 부채를 상환할 수 있게 됐다고 복수의 소식통이 전했다. 이는 과거 트럼프 행정부가 완화된 제재 조치 속에서도 명시적으로 금지했던 방식이다.

에니는 성명을 통해 "필요한 법적·규제적 승인을 얻은 후 천연가스와 액화물 수출을 위한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게 된 점에 만족한다"며 "이를 통해 베네수엘라가 잠재적인 역내 수출국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페를라 가스전의 가스는 노후화된 콜롬비아행 국경 파이프라인을 통하거나 해상에서 액화천연가스(LNG)로 가공돼 수출될 수 있다. 에니는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주요 해상 가스 액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개발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기회를 평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렙솔은 에니의 성명을 참고하라며 논평을 거절했고 PDVSA는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페를라 가스전은 현재 베네수엘라 서부 지역의 가정, 산업, 발전에 필요한 가스의 약 3분의 1을 공급하고 있다. 이 가스전의 확인된 매장량은 약 9조5000억 세제곱피트로, 세계적인 가스 부국인 베네수엘라 전체 매장량의 일부에 해당한다.

베네수엘라는 여전히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지만, 지난 1월 미군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하고 로드리게스 전 부통령이 권한을 대행하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제재를 빠르게 완화하고 있다. 한편 셸(Shell) 역시 별도 계약에 따라 드래곤 해상 가스전에서 생산된 가스를 인근 트리니다드토바고로 수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