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98년 오스카 역사상 처음으로 '캐스팅상'을 신설, 영화의 숨은 공로자인 캐스팅 감독들을 조명한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카데미는 올해 시상식부터 '업적상'(achievement in casting) 부문을 신설해 시상한다. 이는 2001년 '장편 애니메이션상'이 도입된 이후 25년 만에 추가되는 새로운 경쟁 부문이다.

업계는 첫 수상작이 어떤 평가 기준을 제시할지 주목하고 있다. '패스트 라이브즈'의 캐스팅을 맡았던 수잔 셸 감독은 WSJ에 "아카데미가 완전히 새로운 인물의 발견, 앙상블의 섬세한 균형, 스타급 캐스팅 중 무엇에 반응할지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다.

초대 수상자 후보로는 '햄닛'의 니나 골드, '마티 슈프림'의 제니퍼 벤디티,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의 카산드라 쿨루쿤디스, '비밀 요원'의 가브리엘 도밍게스, '죄인들'의 프랜신 마이슬러 등 5명이 지명됐다.

캐스팅 감독들은 이번 수상 부문 신설이 스타의 인기나 인맥보다 예술성을 인정받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아카데미 캐스팅 감독 지부의 창립 이사인 버니 텔시는 "올해 후보작들은 전형적인 스타 중심의 영화가 아니다"라며 "업계와 관객이 지지하는 바를 보여주는 지표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캐스팅은 그간 '보이지 않는 예술'로 여겨져 왔다. 아카데미 이사인 리처드 힉스는 "훌륭한 캐스팅은 숭고할 때 사라진다"며 "우리는 가능성을 극대화하고 사라지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맨 인 블랙' 등을 작업한 데브라 제인 감독 역시 관객이 영화를 실제 삶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 캐스팅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캐스팅 감독들의 공로가 공식적으로 인정받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13년 아카데미 내에 캐스팅 감독 지부가 정식으로 설립됐고, 2016년에는 더스틴 호프먼, 존 트라볼타 등을 발굴한 전설적인 캐스팅 감독 린 스톨마스터에게 공로상이 수여되며 변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오스카상 신설은 이미 캐스팅 감독의 위상과 역할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셸 감독은 "오스카상 덕분에 배우나 다른 부서장들처럼 영화 홍보 일정에 참여하게 됐다"며 "이는 이전에는 전혀 없던 일"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