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유가 급등과 달러 강세를 촉발하며 전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시장 스트레스는 지난해 '광복절 쇼크' 당시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시장위험지수는 0.79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규모 관세 부과로 시장이 급락했던 '광복절 대혼란(Liberation Day turmoil)' 당시 기록한 최고치 0.89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 지수는 0을 넘으면 평소보다 스트레스가 높다는 의미다.
이번 시장 불안의 진원지는 이란발 분쟁으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의 기능 마비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 주요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량을 줄이면서 유가가 급등하고 인플레이션 공포가 재점화됐다. 이로 인해 지난 2주간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는 수조 달러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글로벌 마켓의 맨디 쉬 파생상품 시장 인텔리전스 책임자는 "지난해 광복절 매도 사태 이후 처음으로 모든 주요 자산군에서 내재 변동성이 장기 평균을 웃돌고 있다"며 "이는 일반적으로 거시 경제 위기의 신호"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 S&P500 지수는 3주 연속 하락하며 1년 만에 가장 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2년물 국채 금리는 이달 들어서만 30bp(1bp=0.01%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채권시장 변동성을 추종하는 무브(MOVE) 지수는 지난해 6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유가 변동성 지수 역시 2020년 고점을 기록했다.
리서치 제공업체 아심 500(Asym 500)의 설립자 록키 피시먼은 "S&P500 지수의 변동성만으로는 현재 글로벌 시장의 불안 수준을 과소평가하게 된다"며 "특히 원유 등 원자재와 글로벌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극심하며, 이는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공포를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지난 1년간 주가를 떠받쳤던 이례적으로 완화된 금융 환경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란 위기가 그동안 잠재돼 있던 부채 과다 부문의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