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자동차 업계가 만성적인 공장 과잉가동 문제의 해법으로 중국 자본 유치를 검토하고 있으나, 현지 노조와 정치권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난항이 예상된다.

1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피아트, 푸조 등을 보유한 자동차 기업 스텔란티스는 최근 중국의 샤오미, 엑스펑(Xpeng) 등과 만나 유럽 내 공장 설비 투자 및 인수 가능성을 논의했다. 이는 유럽 시장 확대를 노리는 중국 기업에 현지 생산 거점을 마련해주고, 스텔란티스는 가동률이 떨어지는 공장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이 알려지자 노조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탈리아 좌파 성향의 노동조합 CGIL 피에몬테 지부장인 조르조 아이라우도는 현지 언론을 통해 "스텔란티스가 어떤 공장을 양도하고 동맹을 맺을지 결정할 수 없다"며 "이탈리아 정부가 국가의 이익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 자동차 업계는 팬데믹 이후 수요 부진이 이어지며 심각한 과잉생산 문제에 직면해 있다. 소비자들이 차량 교체 주기를 늘리고, 유럽연합(EU)의 안전 규제 강화로 소형차 모델 생산이 중단된 점도 가동률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컨설팅 회사 알릭스파트너스 분석에 따르면 스텔란티스의 유럽 내 연간 생산 능력은 약 650만대지만 현재 공장 가동률은 46%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약 350만대 분량의 초과 생산 능력이 있음을 의미한다. 유럽 내 24개 공장 중 14곳은 가동률이 50%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저스트오토 데이터에 따르면 이탈리아 토리노의 미라피오리 공장은 지난해 잠재 생산량의 3분의 1 미만으로 가동됐으며, 나폴리 인근 포밀리아노 공장 역시 연 28만대 생산 능력의 3분의 1도 채우지 못했다. 프랑스의 뮐루즈, 푸아시 공장도 가동률이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애스턴마틴의 전 최고경영자(CEO) 앤디 파머는 "이렇게 낮은 가동률로는 건전한 수익을 유지할 수 없다"며 "유럽 제조사들이 비효율적인 설비를 지키는 데 묶여 있는 동안 중국 경쟁자들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는 스텔란티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폭스바겐 역시 2024년 독일 공장 3곳 폐쇄를 추진했으나 노조 파업 끝에 계획을 수정, 2030년까지 3만5000개의 일자리를 감축하는 데 합의했다. 지난해에는 벨기에 브뤼셀 인근 공장을 폐쇄했는데, 이는 폭스바겐 역사상 첫 유럽 공장 폐쇄 사례였다.

독일의 자동차 분석가 페르디난트 두덴회퍼는 "이란 전쟁, 미국의 관세, 우크라이나 분쟁 등 지정학적 요인이 수요를 위축시키고 있다"며 "향후 6~9개월 동안 유럽 자동차 산업의 공급 과잉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