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의 전쟁 여파로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유가가 다른 지역보다 훨씬 가파르게 치솟으며 갤런당 1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캘리포니아는 자체적인 휘발유 혼합 규정과 미국 내 다른 시장과 연결되는 파이프라인 부재로 인해 사실상 고립된 에너지 시장이다. 이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외부 공급망 충격에 특히 취약한 구조다.
에너지 경제학자 필립 벌레거는 보고서에서 "미국 서부 해안은 이란 공격의 결과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가 될 것"이라며 "캘리포니아 운전자들은 곧 휘발유와 경유 부족 사태에 직면하고 가격이 전례 없는 갤런당 1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캘리포니아의 유가 상승세는 심상치 않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캘리포니아의 평균 일반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5.42달러로, 한 달 만에 18% 이상 급등했다. 이는 미국 전체 평균인 3.63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주요 항공 허브인 로스앤젤레스의 항공유 가격은 분쟁 시작 이후 2주 만에 47% 이상 치솟아 갤런당 약 3.85달러를 기록했다.
캘리포니아는 과거 미국의 주요 산유지였으나, 최근 몇 년간 정유 시설이 폐쇄되거나 친환경 연료 생산 시설로 전환되면서 원유 및 연료 수입 의존도가 높아졌다. 이로 인해 외부 공급 충격에 더욱 취약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동 산 원유 부족 사태는 한국,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정유사들의 감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 기업은 불가항력을 선언하며 공급 중단을 통보했고, 중국과 태국 등 일부 국가는 자국 시장 보호를 위해 연료 수출을 중단했다.
선박 추적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미국 서부 해안은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하루 12만8000배럴의 자동차용 휘발유 및 첨가제를 수입했으며, 대부분 한국과 인도에서 들여왔다. 캘리포니아는 항공유 또한 하루 약 5만4000배럴을 수입했는데, 이 중 3분의 1이 한국산이었다.
에너지 애스펙츠의 랜디 허버런 정제 부문 책임자는 "한국산 수입은 당분간 중단될 것이며, 인근 워싱턴주의 정제 능력도 여유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부 해안 정유사들은 대안으로 캐나다나 중남미산 원유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아시아 정유사들과의 경쟁으로 대체 원유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플러의 맷 스미스 분석가는 "서부 해안 정유사들이 중동에서 수입하던 원유는 모두 위험에 처했다"며 "캐나다나 중남미에서 원유를 구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국적 선박만 자국 내 항구 간 운송을 허용하는 '존스법'을 일시적으로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조치가 시행되면 멕시코만 연안의 원유를 캘리포니아로 더 저렴하게 운송할 수 있어 유가 안정에 일부 도움이 될 수 있다.
S&P 글로벌 에너지의 데브닐 초두리 정제·마케팅 책임자는 "공급 가능성에 대한 광범위한 공포로 인해 현재 다른 모든 지역도 원유를 필요로 하고 있다"며 "원유 확보를 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