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분쟁으로 촉발된 국제 유가 급등세가 월가의 인기 퀀트 투자 전략에 막대한 손실을 입히고 있다. 해당 전략에 묶인 자금만 1340억달러(약 193조원)에 달해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커머디티 커브 캐리'로 알려진 원자재 퀀트 전략이 3월 초 사상 최악의 한 주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간의 갈등으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단기 유가가 폭등한 데 따른 것이다.

커브 캐리 전략은 일반적으로 가격이 낮은 단기물 선물을 매도하고 가격이 높은 장기물 선물을 매수해 그 차익을 얻는 방식이다. 원자재는 보관비, 운송비 등으로 인해 장기물 가격이 더 높은 '콘탱고' 상태를 유지하는 경향이 있어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유가 급등으로 단기물 가격이 장기물 가격을 뛰어넘는 '백워데이션' 현상이 심화되면서 해당 전략이 직격탄을 맞았다. 현재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물 가격은 6월물보다 약 5달러 높게 거래되고 있다.

이 전략은 은행들이 헤지펀드나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에게 복잡한 투자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퀀트 투자 전략(QIS) 상품의 핵심이다. 컨설팅업체 알본 파트너스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상품 QIS 시장 규모는 1338억달러에 달한다.

벤자민 호프 소시에테 제네랄 원자재 퀀트 리서치 글로벌 헤드는 "지금 우리는 전례 없는 규모의 에너지 공급망 붕괴를 겪고 있다"며 "어떤 퀀트 시스템도 포착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엔 명백한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데이터 제공업체 프레미아랩에 따르면 커머디티 커브 캐리 전략은 올해 들어 지난 11일까지 3% 하락했다. 매년 몇 퍼센트의 안정적 수익을 목표로 설계된 저위험 전략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큰 손실이다.

다른 퀀트 전략들의 성과는 엇갈렸다. QIS 데이터 분석업체 럼리스크에 따르면 원자재 옵션을 매도하는 '변동성 캐리' 전략은 이달 들어 10일까지 4.4% 손실을 봤다. 반면 유가 상승세에 올라탄 '트렌드' 전략은 3.8% 수익을 냈다.

자비에 폴레아스 BNP파리바 QIS 글로벌 헤드는 "일부 고객들과 시장 정상화에 대비한 포지셔닝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면서도 "지정학적 논의 결과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어 아직 시장의 컨센서스는 없다"고 전했다. 그는 "향후 몇 주 안에 상황이 나아진다면 좋은 진입 시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