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전쟁 국면에서 일부 선주들이 미사일과 기뢰 공격 위험을 무릅쓰고 수백만 달러의 이익을 위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위험한 항해'에 나서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해운 전문매체 로이드 리스트 인텔리전스와 마린트래픽의 데이터를 인용해, 미군과 이스라엘군의 대이란 공습이 시작된 지난 2월 28일 이후 최소 12척의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이 중 그리스 선사 소속이 10척, 중국 선사 소속이 2척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의 위험한 항해는 전쟁으로 세계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량의 5분의 1이 사실상 차단되면서 유가와 유조선 운임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선박 중개 데이터에 따르면 유조선 하루 평균 수익은 6년 만에 최고 수준인 50만달러(약 7억2000만원)까지 치솟았다. 막대한 전쟁 보험료와 선원들의 위험수당을 지급하고도 항해당 수백만 달러의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그리스 해운 재벌 조지 프로코피우의 다이너컴(Dynacom)과 엠비리코스 가문의 아이올로스 매니지먼트(Aeolos Management) 등이 이러한 항해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회사는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란은 해협을 계속 폐쇄하겠다며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이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여러 척을 공격했다. 현재까지 그리스 선박을 포함해 최소 16척의 선박이 드론 등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그리스 선주는 "적의 욕조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며 항해의 긴장감을 표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가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유조선들이 해협을 통과해야 한다고 독려하고 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배짱을 갖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야 한다. 두려워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군은 공격 위험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해운업계의 호위 요청을 거부한 상태다.

이에 대해 국제운수노동조합연맹(ITF)의 스티븐 코튼 사무총장은 로이터에 "지금 호르무즈 해협으로 선원들을 보내는 것은 그들을 실전 전쟁터로 보내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일부 선사들이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야간에 운항하는 전술을 쓰는 것에 대해 "선원들의 목숨을 건 도박"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위험한 항해는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노르웨이 출신 억만장자 존 프레드릭슨이 미사일 공격을 무릅쓰고 원유를 운송해 부를 축적했던 '유조선 전쟁'을 연상시킨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