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밀착했던 러시아와 이란의 '필요에 의한 동맹'이 시험대에 올랐다. 러시아가 미국의 이란 공격에 맞서 이란을 지원하면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의 유리한 종결을 위해 미국과 관계를 유지하려는 복잡한 외교적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2026년 3월 13일(현지시간) 미국과 서방 정보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중동 전역에서 이란의 보복 공격을 돕기 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는 가상 상황을 전제로 한 분석이다.
양국 관계는 본래 상호 불신에 가까웠으나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공동의 적인 미국에 맞서면서 군사 협력을 중심으로 급속히 가까워졌다. 특히 이란제 '샤헤드' 드론은 러시아가 전쟁을 지속하는 데 유용한 무기가 됐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란을 도우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를 유지하려는 미묘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자국에 유리한 조건으로 끝내기 위한 협상을 확보하려는 목적이다.
양국의 군사 협력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서방 안보 당국자의 평가에 따르면 이란은 2021년부터 2026년 1월까지 러시아에 약 30억달러(약 4조3200억원) 규모의 미사일을 판매했다. 여기에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파테-360 수백기와 다른 단거리 탄도미사일 약 500기 등이 포함됐다.
러시아는 그 대가로 이란에 전례 없는 국방 협력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셰이 하르-즈비 전 이스라엘 전략부 차관 대행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란에 위성사진 등 정보를 공유하고 사이버전과 첩보위성 발사를 돕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란과의 협력에 뚜렷한 선을 긋고 있다. 이란이 가장 원하는 S-400 방공 시스템이나 수호이(Su)-35 전투기와 같은 최첨단 군사 기술 이전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이란의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지역 국가 및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이란 공격을 '침략 행위'로 규탄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피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삭감하고 조기 평화 협상을 압박하는 등 러시아에 유리한 입장을 취해왔기 때문이다.
오히려 러시아는 미국의 이란 공격으로 인한 유가 급등과 서방의 군사 자원 분산 등 일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이 이란의 공격을 막기 위해 대량의 방공 미사일을 소모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지난해 초 새로운 전략적 협력 협정을 체결했지만, 북한과의 조약에 포함된 '상호 방위 조항'은 담기지 않았다. 이는 양국 관계가 공동의 가치보다는 전략적 필요에 따른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