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분쟁이 2주 가까이 이어지면서 국제 유가가 약 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아 미국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동 분쟁 발발 이후 국제 유가가 급등하며 미국 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이미 각각 65센트, 1.13달러씩 상승했다. 이는 미국 자동차협회(AAA)의 집계에 따른 것이다.

칼라일의 제이슨 토마스 글로벌 리서치·투자 전략 총괄은 "모든 시선이 호르무즈 해협에 쏠려있다"며 지정학적 리스크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유가 급등은 미국 경제 전반에 연쇄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곳은 항공업계다. 유류비가 가장 큰 비용 중 하나인 항공사들의 주가는 분쟁 시작 이후 하락했으며, TD 코웬의 애널리스트들은 주요 항공사들의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운송 및 물류 부문도 예외는 아니다. 장기 이식을 위한 인공장기 회수 및 운송 업체인 스트라타 크리티컬 메디컬의 멜리사 톰키엘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실적 발표에서 "유가 급등분은 고객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콘크리트 펌핑 서비스 업체인 콘크리트 펌핑 홀딩스 역시 유류 할증료를 통해 비용을 소비자에게 넘기고 있다.

최근 전기차 생산을 일부 축소한 미국 자동차 산업도 타격이 우려된다. 분쟁 시작 이후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의 주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농업 부문은 유가 외에 또 다른 공급망 차질에 노출됐다. 페르시아만은 주요 비료 공급원인데, 분쟁으로 인해 봄 파종 시기를 앞두고 비료 가격이 급등했다. 전미농업경영자연맹의 지피 듀발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조치가 없을 경우 2022년 이후 볼 수 없었던 식량 공급망 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가 상승은 저소득층 가계에 특히 큰 부담이다. 소득에서 유류비 지출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경유 가격 상승은 식료품 운송 비용을 높여 소매 물가를 자극하고, 항공유 가격 상승은 항공권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바클레이스는 유가가 10% 오르면 미국 인플레이션이 1~2개월 내에 0.2%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에서 2~3개월 유지될 경우, 인플레이션율은 여름에 3.5%까지 오르고 연말에는 3%를 약간 웃돌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분쟁 전 전망치인 2.7%를 상회하는 수치다.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한 수준이 연말까지 유지될 경우,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약 0.1%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최근 6개월간 소폭의 일자리 감소를 기록한 미국 노동 시장에 추가적인 압박이 될 수 있다.

다만 미국 경제가 과거보다 에너지 충격에 대한 방어력을 갖췄다는 분석도 나온다. '셰일 혁명'으로 미국은 순에너지 수출국으로 전환했으며, 서비스업 중심의 경제 구조는 제조업 중심이었던 과거보다 에너지 비용 상승에 덜 민감하다. 바클레이스의 푸자 스리람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급등이 단기에 그칠 경우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며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주택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금리 기조 유지 가능성을 높여 모기지 금리를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프레디맥에 따르면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 평균 금리는 3월 12일 기준 6.11%로 2주 연속 상승했다. 리얼터닷컴의 제이크 크리멜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시장은 소비자 신뢰도에 매우 민감하다"며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주택 구매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