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인공지능(AI) 열풍의 피난처로 각광받던 미국 필수소비재 주식들이 고평가 논란과 수익성 전망 악화로 인해 투자 매력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연초 투자자들이 AI 관련 투자 부담과 시장 교란 우려로 기술주를 이탈하면서 필수소비재주가 안전자산으로 부상했다. 이로 인해 S&P500 필수소비재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999년 6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해당 지수는 3월 들어 현재까지 5.6% 하락했다. 지난 2월 28일 중동 분쟁이 발발한 후 기술주와 에너지주가 다시 주목받은 영향이다.
삭소(Saxo)의 닐 윌슨 투자 전략가는 "이란과의 긴장 고조 가능성과 관련된 인플레이션 상승 기대감이 필수소비재의 방어적 매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올해 이미 해당 부문이 강한 성과를 보였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분석가들은 지정학적 리스크로 촉발된 광범위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소비자 지출을 위축시키고 필수소비재 기업의 이익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체중 감량 약물의 인기 확산으로 인한 식습관 변화는 식품 기업들에 또 다른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LSEG에 따르면 S&P500 필수소비재 부문의 1분기 이익 증가율 전망치는 1.9%로, 연초 전망치였던 6.6%에서 크게 하향 조정됐다. 반면 S&P500 전체의 1분기 이익 증가율 전망치는 12.8%에 달한다.
실제로 시리얼 제조사 제너럴 밀스는 연간 핵심 매출 및 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으며, 프레첼 제조사 캠벨 수프 역시 수요 부진을 이유로 실적 전망을 낮추고 자사주 매입 계획을 중단했다. 캠벨 수프의 주가는 2003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어드바이저스 자산운용의 제이크 존스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밸류에이션 추가 확대가 어려운 환경에서 이익 성장에 초점을 맞춰 선별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대형 유통업체인 코스트코와 월마트는 긍정적인 분기 실적에 힘입어 올해 두 자릿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만 모닝스타 웰스의 마크 프레스켓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랠리의 결과로 지수 내 가장 큰 두 종목이 과대평가됐다"고 분석했다. 코스트코와 월마트는 현재 PER 40배 이상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러한 조정에도 불구하고 필수소비재 부문은 연초 대비 여전히 10% 상승한 상태다. 컬럼비아 스레드니들의 에리카 마슈마이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AI가 어떤 기업을 생존시키고 고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한 시기에, 필수소비재는 AI의 파괴 경로에 있지 않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게 이점을 가진다"며 AI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부각될 경우 피난처로서의 매력이 재조명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