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의 최고법률책임자가 AI 기술 발전으로 법률 업계의 고질적인 '시간당 보수' 체계가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3일(현지시간)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제프 블리치 앤트로픽 최고법률책임자(GCO)는 전날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미국변호사협회(ABA) 주최 콘퍼런스에서 이같이 밝혔다.

블리치 책임자는 "AI 기술이 변호사들이 부를 축적할 수 있게 했던 지루한 업무들을 제거하고 있다"며 "이는 변호사들이 훈련받은 목적도, 우리가 궁극적으로 변호사에게 기대하는 바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간당 보수제는 로펌이 고객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표준 방식으로, 변호사가 특정 고객을 위해 일한 시간을 보통 6분 단위로 기록해 합산 청구한다. 블리치 책임자는 이 방식이 로펌과 고객의 이해관계를 상충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객은 가능한 한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길 원하지만, 로펌은 일이 길어질수록 더 많은 돈을 번다"며 현재 시스템 하에서는 "로펌의 이익이 고객의 이익과 상충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에 함께 참여한 다른 기업들의 법률 책임자들도 블리치 책임자의 의견에 대체로 동의했다. 데이먼 하트 리버티 뮤추얼 최고법률책임자는 "가치는 더 이상 시간을 투입하는 데 있지 않다"며 "전략과 결과가 가치"라고 강조했다.

앤 로빈슨 IBM 최고법률책임자 역시 "시간당 보수 모델이 인센티브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한다"며 결과 중심의 창의적인 청구 방식에 대해 논의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블리치 책임자는 외부 로펌의 가치를 여전히 인정한다면서도 모두에게 효과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더 빠르고 더 나은 방식으로 적응하는 로펌이 다른 로펌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앤트로픽은 최근 미국 국방부와의 계약 협상 결렬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사실상 자사를 블랙리스트에 올렸다며 연방 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 소송에서 앤트로픽을 대리하는 로펌 '윌머헤일'은 20세기 초 시간당 보수제를 처음 고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