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맞서 세계 원유 공급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며 '오일 쇼크'를 무기화하는 비대칭 전략에 나섰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이란의 계획에 정통한 3명의 역내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유엔(UN)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량은 97%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시 이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약 20%를 담당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란의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는 미국과의 군사적 대결에 대비해 오랫동안 이 계획을 준비해왔다. 이 전략은 군사력의 절대적 열세를 인정하고 대신 세계 에너지 시장에 직접적인 충격을 가해 미국을 압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계획은 지난달 28일 분쟁 첫날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 직후 실행에 옮겨졌다. 이란은 과거 1980~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유조선 전쟁'에서 유사한 전술을 사용했지만 현재는 저비용 미사일과 드론 등 훨씬 강력한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 이란 프로젝트 국장은 "이란은 군사력에서 열세이며 직접적인 대결로는 이길 수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란이 세계 경제를 인질로 잡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굴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 연구소의 마이클 아이젠슈타트 연구원 역시 "이는 이란이 소수의 공격으로 막대한 세계적 효과를 거두는 비대칭 전쟁의 전형"이라며 "목표는 경제적 고통을 야기해 미국 내 전쟁 지지 여론을 약화시키고 워싱턴을 압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은 단일 전장에 군사력을 집중하는 대신 이라크, 예멘 등 동맹 세력에 맡겼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직접 수행하며 전선을 걸프만 전역으로 넓히고 있다. 이는 전쟁 초기 지도부 제거 공격에 대비해 지휘통제 체계를 분산시킨 '모자이크' 독트린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하메네이 사후에도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과 알리 라리자니 국가안보최고회의 의장이 전쟁을 지휘하며 분산된 지휘체계가 작동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바에즈 국장은 미국이 "충분히 검토된 전략 없이 희망 섞인 생각만으로 전쟁에 돌입했다"며 드론 공격이나 해상 수송로 교란 가능성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란의 완전한 패배를 위해서는 최대 100만명의 지상군 투입이 필요하지만 미국이 그럴 의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란의 단기 목표는 정권 생존이며 장기적으로는 군사적, 경제적 압박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미국에 각인시키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에너지 통로를 무기화한 이란이 막강한 적을 상대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