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이라는 돌발 변수 속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의 향후 금리 정책을 두고 전문가와 시장의 전망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1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11일까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대다수는 ECB가 2027년까지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안에 금리 인상을 예상한 전문가는 7%에 불과했으며 2027년 말까지 인상을 전망한 응답자도 3분의 1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시장의 기대와는 정반대다. 금융시장은 ECB가 오는 7월까지 중은예금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2.25%로 올리고 연말에는 2.5%까지 추가 인상할 가능성을 3분의 2 확률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차의 핵심 원인으로는 이란 전쟁의 지속 기간에 대한 전망 차이가 꼽힌다. 설문에 참여한 이코노미스트들은 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전쟁이 3~5주간 이어질 것으로 봤다.
하지만 설문 기간 이후 지정학적 긴장은 고조되는 양상이다. 모지타바 하메네이 이란 신임 최고지도자는 지난 12일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핵무기 저지가 유가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발언해 갈등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ECB 정책 당국자들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와 같은 급격한 물가 급등 가능성을 경계하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당국자들은 개입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히면서도, 현재로서는 전쟁의 파급 효과를 분석하며 시장에 관망 자세를 촉구하고 있다.
빌 디바니 ABN암로 유로존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영향에 대해 확고한 결론을 내리기에는 분명 시기상조"라며 "정책위원회는 인플레이션 영향에 경계감을 표하고 필요시 행동할 준비가 됐음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 변수에도 불구하고 이코노미스트들의 인플레이션 경계심은 높아졌다. 응답자의 5분의 4는 ECB의 다음 조치가 금리 인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으며, 70%는 물가 목표(2%)를 밑도는 것보다 웃도는 것이 더 큰 위협이라고 답했다.
다만 오는 19일 정책위원회 회의에서 금리 변경을 예측한 전문가는 없었다. 응답자 3분의 2는 전쟁이 경제 전망을 근본적으로 바꿀지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80%는 19일 발표될 분기 경제 전망에 전쟁의 영향이 '제한적'으로만 반영될 것으로 예상했다. 예측 모델에 사용되는 시장 데이터의 마감 시점이 전쟁 발발 이전이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데니스 셴 베를린공과대학 교수는 "현 단계에서 새로운 예측이 이란 전쟁의 영향을 충분히 반영했을 가능성은 낮다"며 "ECB는 눈을 가린 채 비행하는 기분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