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위기와 금리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미국 우량 등급 회사채 시장이 주간 발행액 기준 역대 최대치에 근접하는 등 활황을 보였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번 주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 규모는 1150억달러(약 165조6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에 기록된 주간 최대 발행액 약 1170억달러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번 발행 열풍은 아마존, 세일즈포스, 하니웰 등 대기업들의 '빅딜'이 주도했다. 아마존은 역대 4번째 규모인 370억달러의 채권을 발행했으며 소프트웨어 기업 세일즈포스(250억달러)와 하니웰 에어로스페이스(160억달러)도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섰다.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도 25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며 처음으로 회사채 시장에 데뷔했다.

이번 주 채권 발행에 나선 기업은 총 23곳으로 2020년 기록 당시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는 개별 기업의 발행 규모가 그만큼 커졌음을 의미한다. 시장 예상치였던 600억달러를 두 배 가까이 웃도는 발행액은 강력한 투자 수요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투자자들이 고위험 채권이나 레버리지론에 대한 노출을 줄이고 우량 채권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LSEG 리퍼 데이터에 따르면 단기 및 중기 우량 채권 펀드에는 지난 1월 434억달러, 2월 321억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1월 유입액은 5년 만에 최대 규모다.

하지만 공급 급증 속에 시장이 다소 둔화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신규 발행 채권에 제공되는 금리 프리미엄(신규발행가산금리)은 올해 평균을 웃돌고 있다. 특히 자사주 매입 자금 조달을 위해 250억달러 채권을 발행한 세일즈포스의 경우 최종 주문액이 발행액의 1.5배에도 미치지 못하며 상대적으로 저조한 수요를 보였다. 이는 인공지능(AI)에 대한 취약성과 부채를 통한 자사주 매입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투자등급 회사채 스프레드(국채 대비 가산금리)는 2025년 5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확대됐으며 3월 들어 투자등급 회사채는 2.13%의 손실을 기록 중이다. 이 추세가 유지될 경우 2024년 10월 이후 가장 큰 월간 하락률이 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다음 주에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정책 회의가 예정돼 있어 발행 규모가 400억달러 수준으로 둔화할 전망이다. 다만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등이 잠재적 발행사로 거론되는 등 시장 상황에 따라 대규모 발행이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 GW&K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브렛 코즐로프스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많은 발행사들이 인내심을 갖고 수요가 강할 때만 시장에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