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지정학적 긴장 고조에도 미국 증시에 대한 강세론을 유지하며, 포트폴리오 내에서 초대형주 비중을 줄이고 저평가된 주식으로 자금을 옮기는 전략적 재조정에 나섰다.

1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블랙록은 2200억달러(약 316조8000억원) 규모의 모델 포트폴리오 플랫폼에서 주식 비중을 3% 초과 보유하는 기조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1월 포트폴리오 재조정 이후 변함없는 수준이다.

블랙록은 기업들의 이익 성장세와 견조한 경제 상황, 인공지능(AI) 분야에 대한 높은 확신을 근거로 주식 시장이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주식 시장에서 철수하는 대신 포트폴리오 내 위험을 재분배하는 방식을 택했다.

마이클 게이츠 블랙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AI 기술 배치를 통해 저평가됐거나 펀더멘털이 개선되는 광범위한 주식에 대한 노출을 늘리고 있다"며 "이는 주식 시장에서의 후퇴가 아닌 포지션의 정교화"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전략 변화는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흐름에서도 확인됐다. 블룸버그 집계 결과, 지난 12일(현지시간) '아이셰어즈 코어 S&P 500 ETF'(IVV)와 '아이셰어즈 S&P 100 ETF'(OEF)에서 각각 82억달러와 77억달러가 유출됐다.

반면 유출된 자금은 저평가된 종목을 담는 펀드로 유입됐다. 액티브 펀드인 '아이셰어즈 라지캡 코어 액티브 ETF'(BLCR)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33억달러가 순유입됐고, '아이셰어즈 MSCI EAFE 성장 ETF'(EFG)와 '아이셰어즈 러셀 1000 가치 ETF'(IWD)에도 각각 17억달러와 16억달러가 들어왔다.

채권 부문에서도 조정이 이뤄졌다. 블랙록은 회사채의 신용 스프레드(국고채와의 금리 차)가 축소돼 위험 대비 보상이 제한적이라고 판단, 회사채 비중을 줄이고 미 국채 비중을 늘렸다.

이에 따라 '아이셰어즈 미 국채 ETF'(GOVT)에는 사상 최대인 34억달러가 유입된 반면, '아이셰어즈 JP모건 달러 표시 신흥시장 채권 ETF'(EMB)에서는 11억달러가 빠져나갔다. 두 개의 하이일드 회사채 펀드에서도 총 9억달러에 가까운 자금이 유출됐다.

게이츠 매니저는 "이는 방어적인 거시 경제 전망을 표현하기보다는, 채권이 포트폴리오 내에서 전통적인 안정판 역할을 하도록 신용자산을 장기 국채로 교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