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분쟁 격화로 급등한 항공유 가격이 유럽 항공사들의 실적과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1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동 지역 분쟁이 3주째 이어지면서 유럽 항공유 가격은 톤당 1600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분쟁 시작 이후 거의 두 배 가까이 치솟은 수치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항공유 가격 급등세에 유럽 항공사 주가도 타격을 입었다. UBS 그룹이 집계하는 유럽 항공사 주가 지수는 이달 들어 약 14% 하락했다. 해당 지수는 2022년 한때 고점 대비 50% 가까이 폭락한 바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항공사가 단기적인 유가 상승에만 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연료비는 통상 항공사 영업비용의 약 26%를 차지한다. 현재 항공사들의 유가 헤징(위험회피) 계약은 대부분 분기 말에 종료돼 유가 강세가 장기화할 경우 실적 충격이 불가피하다.
씨티그룹의 코너 드와이어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시장은 중동 분쟁이 단기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과거 우크라이나 사태처럼 정제마진 강세가 2026년까지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중동 주요 허브에 직접 노출되지 않은 저가 항공사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며 "브렌트유와 정제마진에 대한 헤징을 가장 잘 갖춘 항공사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항공사별로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라이언에어는 내년 3월까지 예상 연료 소비량의 84%를 톤당 770달러에, 이후 12개월간 80%를 670달러에 헤징했다고 밝혔다. 반면 위즈에어는 같은 기간 각각 83%(749달러), 55%(716달러)를 헤징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개별 항공사에 대한 전망도 차이를 보였다. 씨티그룹은 라이언에어가 "현재의 혼란을 헤쳐나가기에 가장 좋은 위치에 있다"고 평가한 반면, 독일 루프트한자는 2026년 영업이익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중동 노출도가 높은 위즈에어는 주가가 연초 대비 29% 급락했으며 추가적인 등급 하향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편 미국과 아시아 항공사들은 유럽 항공사보다 헤징 비율이 낮아 유가 급등에 더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RBC 캐피털 마켓은 "위기 발생 이후 대형 항공사들이 저비용항공사(LCC)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면서도 "장거리 노선에서 연료비 인상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여력이 현실화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