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의 전쟁 발발로 걸프 지역 증시가 급락한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증시는 자국 투자자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오히려 상승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1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란과의 전쟁이 시작된 지 2주 만에 사우디 타다울 올셰어 지수는 1.7%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두바이 금융시장 지수는 17% 급락했다.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이 역내 목표물을 타격하고 호르무즈 해협의 교통이 거의 마비되면서 빚어진 결과다.
사우디 증시의 이같은 선전은 자국 투자자들이 해외로 향하던 자금을 거둬들여 국내 증시를 떠받친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주가 상승이 지수를 견인했다. 벤치마크의 16%를 차지하는 아람코 주가는 3월 들어 7.6% 올랐다.
사우디 증권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3월 5일로 끝나는 주에 사우디 투자자의 주식 보유 비중은 85.81%로 전쟁 전(85.65%)보다 소폭 증가했다. 특히 사우디 법인 투자자들은 해당 주에 보유 지분을 0.40%포인트 늘려 40.57%를 기록했다.
나레시 빌란다니 제프리스 CEEMEA 주식 리서치 책임자는 "사우디 기업과 정부 관련 기관이 3월 5일까지 일주일간 약 30억리얄(약 1조1520억원) 규모의 자국 주식을 순매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2개월간 순매도 기조를 보였던 사우디 기관들의 움직임이 반전된 것은 시장에 지지 신호로 인식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아랍에미리트(UAE)에서는 자국민들이 3월 1일부터 13일까지 22억디르함(약 88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수했지만 증시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두바이 증시는 사우디보다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높아 자본 유출에 더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치로 고시 SICO은행 부사장은 "투자자들이 분쟁 이전에 강한 랠리를 보였던 UAE 시장의 낮은 리스크 프리미엄을 재평가하면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양국의 경제 구조 차이도 증시 향방을 갈랐다. UAE 경제는 국제 무역과 관광업 의존도가 높아 분쟁으로 인한 타격이 크다. 반면 사우디는 유가 상승의 수혜를 입는 산유국이며,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해 홍해 연안으로 원유를 수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빌란다니 책임자는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이 역내 공급망 정상화와 UAE 증시에 대한 투자 심리 회복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