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갈등이 고조되면서 걸프 지역 부유층 자금이 스위스로 이동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자산 규모 1조달러 이상을 운용하는 10여명의 은행가 및 금융 자문가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들은 이란의 걸프 국가 공격 이후 스위스가 중동으로부터 더 많은 자금을 유치할 것이라고 대체로 낙관했다.
스위스는 오랜 기간 투자자들의 안전 피난처로 여겨져 왔으며, 최근 중동 및 아시아 금융 허브와의 경쟁이 심화했음에도 그 위상은 굳건하다. 실제로 지난 3년간 아랍에미리트(UAE) 개인 및 비은행 기관이 스위스에 예치한 현금성 자산은 약 40% 증가했다.
딜로이트 스위스의 자산관리 책임자인 패트릭 스필러는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 미국의 초기 이란 공격 이후 이러한 움직임이 본격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사건들로 인해 중동 자산이 스위스에 더 많이 예치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은행, 패밀리오피스 등으로부터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은행가협회(SBA)는 최근 이란 공습 이후 중동 자금 흐름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스위스가 부유한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곳임을 강조했다. 마틴 헤스 SBA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안전한 환경, 정치적 안정, 법치주의 등 '스위스다움'(Swissness)으로 점수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우리의 장점"이라며 "이런 시기에 특히 높이 평가받을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미·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스위스 프랑화 가치는 유로 대비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스필러는 자금 유입이 실제 수치로 나타나기까지는 수 주에서 수개월이 걸릴 수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수백억 달러"가 유입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는 전쟁이 어떻게 전개되고 얼마나 지속될지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라며 보통 현금이 먼저 들어온 뒤 주식이나 채권 같은 자산이 뒤따른다고 덧붙였다.
스위스 최대 자산운용사인 UBS와 3위인 줄리어스 베어는 관련 논평을 거부했다. 자산운용 규모 2위인 스위스 개인은행 픽텟은 고객들의 문의가 있지만 "의미 있는 수준의 증가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 달러 약세에도 불구하고 연말 기준 사상 최대 운용자산을 기록했고, 연초부터 긍정적인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스위스다움'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약 80억 스위스프랑(약 14조4000억원)을 운용하는 취리히 소재 개인은행 베르고스의 틸 부델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란과의 전쟁으로 유럽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스위스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분쟁이 시작된 후 한 유럽 투자자가 즉시 계좌 개설 약속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부델만은 "분쟁이 스위스의 안전 피난처로서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