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대규모 국방비 지출이 군 전력 강화가 아닌 방산업체 주가 부양과 물가 상승만 유발하고 있다는 전직 방산업체 최고경영자(CEO)의 날카로운 비판이 제기됐다.

1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독일 방산업체 렌크 그룹 AG의 전 CEO인 수잔네 비간트는 지난 12일(현지시간)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이같이 밝혔다. 비간트는 2025년 초까지 렌크 그룹 CEO를 역임했으며, 현재 폭스바겐 AG 등의 감독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비간트는 "우리가 현재 목격하는 것은 인플레이션"이라며 "투입된 돈만큼의 실물 장비를 시스템에서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조달 시스템을 바꾸지 않았고, 이 시스템은 그 돈을 합리적으로 소화할 능력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독일은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해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 주도로 2029년까지 5000억유로(약 5730억달러) 이상을 국방에 투입하기로 약속했다. 이러한 막대한 지출 계획에 힘입어 렌크 그룹의 주가는 지난 1년간 약 45% 급등하는 등 방산업체들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하지만 비간트는 늘어난 예산이 "평화 시기의 시스템"에 그대로 투입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독일 방산업계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통해 생산 능력을 보여줬지만, 발주가 5년이나 10년에 한 번씩 이뤄진다면 기업들이 생산량을 늘릴 동기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독일이 2022년부터 국방 예산을 늘리기 시작했지만, 이로 인해 주문된 장비가 독일 연방군(분데스베어)에 실제 인도되는 시점은 2035년이나 2040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간트는 "전쟁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신뢰할 수 있는 억지력"이라며 "만약 우리가 격렬한 전쟁 상황에서 5일을 버틸 수 있다면, 이는 침략자에게 전혀 인상적이지 않다"고 경고했다. 그는 부품, 탄약, 방공 시스템 부족 문제를 지적하며 다른 국가들이 저렴한 드론을 대량 생산하는 동안 독일의 대응은 "모든 면에서 너무 느리다"고 덧붙였다.

비간트는 독일 연방군이 "4~5년 전보다 전혀 나은 상황이 아니다"라며 "인력도, 물자도 더 늘지 않았다. 이는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결론지었다. 블룸버그는 이와 관련해 독일 국방부에 논평을 요청했으나 즉각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