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대통령이 약 72조원 규모의 유럽연합(EU) 국방 자금 대출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며 총리 측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13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민족주의 성향의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은 의회가 승인한 '유럽을 위한 안보 행동'(SAFE) 참여 법안에 서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TV 연설을 통해 밝혔다.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우리의 주권과 독립, 경제 및 군사 안보를 훼손하는 법안에는 결코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부권 행사 이유를 설명했다.
해당 법안은 폴란드가 EU로부터 약 440억유로(약 72조7000억원)의 대출을 받아 방공·미사일 방어 시스템, 드론 방어 기술 등 군사 장비를 확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조성된 EU 전체 기금 1500억유로(약 247조7000억원)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폴란드 의회는 지난달 이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대통령의 최종 서명 절차를 넘지 못하게 됐다.
이번 거부권 행사로 친유럽 성향의 도날트 투스크 총리 정부와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투스크 총리는 소셜미디어 X를 통해 "대통령이 애국자처럼 행동할 기회를 놓쳤다.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총리실 대변인 역시 "국가적 반역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부 최전선 국가인 폴란드는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국방 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4.8%까지 끌어올리는 등 국방력 강화에 주력해왔다.
투스크 총리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응하기 위해 다음날인 14일 오전 9시 긴급 국무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