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다시 넘어섬에 따라 유럽 주요국 국채 금리가 수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운항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브렌트유 가격이 급등했다. 이는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심화 우려를 키우며 채권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날 유럽 채권시장에서 독일 10년 만기 국채(분트) 금리는 장중 2.994%까지 오르며 2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102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영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 역시 4.813%로 6개월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고 트레이드웹은 전했다.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커지면서 이탈리아, 프랑스 등 상대적으로 부채가 많은 국가들의 국채 금리 스프레드(독일 국채와의 금리 차이)는 더욱 확대됐다. 독일 국채 대비 프랑스 10년물 국채 금리 스프레드는 1.7bp(1bp=0.01%포인트) 늘어난 69bp를,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 스프레드는 2.5bp 증가한 81bp를 기록했다.
코메르츠방크의 전략가들은 보고서에서 "중동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투자자들은 분트 매입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니크레딧 투자 연구소의 전략가들 역시 "중동 상황이 진정되지 않으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에 대한 압박이 지속돼 10년물 분트 금리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은 다음 주 회의를 앞둔 유럽중앙은행(ECB)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가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 때문에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카드는 사실상 사라졌으며, 오히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RBC 캐피털 마켓의 분석가들은 "ECB의 3월 회의는 이란 분쟁 관련 논의가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LSEG 데이터에 따르면 유로존 통화 시장은 올해 ECB가 두 차례에 걸쳐 25bp씩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으며, 특히 오는 7월 금리 인상은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